감독
서극 Hark Tsui

주연
여명....양운총
Leon Lai....Yang Yun Chong
양채니....무원영
Charlie Yeung....Wu Yuan Yin
견자단....초소남
Donnie Yen....Chu Zhao Nan
유가량....부청주
Chia-Liang Liu....Fu Qing Ju
손홍뢰....풍화연성
Honglei Sun....Fire-wind
김소연....녹주
So-yeon Kim....Luzhu
장정초....유울방
Jingchu Zhang....Liu Yufang

무원영과 양운총

1. 때는 청나라 초기. 반란의 싹을 없애기 위해 황제는 무술연마를 금지하는 금무령을 선포합니다. 이를 기회라고 생각한 풍화연성은 얼마 전에 쇼 브라더스사의 소품실을 약탈한 것이 분명한 부하들을 끌고 무인들을 사냥합니다. 중국 북서부에 접어든 그들이 마지막 사냥감으로 삼은 건 무장 마을. 하지만 그들이 마을을 급습하기 직전에 회개한 사형집행인인 부청주가 그들 사이에 끼어듭니다. 곧 마을을 구하기 위한 일곱 명의 검객들이 등장하고 그들에겐 각자에게 어울리는 보검이 주어집니다.

2.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곱 명의 검객들이 난폭한 깡패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한다는 이야기잖아요. 서극도 그게 염려되었는지 인터뷰 때마다 일곱 검객들이 나오는 것 빼고는 닮은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가 그런 말들을 계속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두 영화의 유사성을 증명합니다. 아무리 양우생의 소설을 각색했다고 해도요.

3. [칠검]의 이야기는 [7인의 사무라이]보다 재미없습니다. 전 양우생의 [칠검하천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2시간 반짜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국내에 극장 개봉된 영화 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 이 영화의 치명적인 결함은 원작이나 첫번째 편집본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지나치게 잘라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펼치기엔 사람들과 사건들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영화는 마치 미니 시리즈의 다이제스트 버전 같습니다. 간신히 줄거리만 읊고 지나가는 거죠. 여명, 양채니, 견자단과 같은 상당한 스타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차라리 러닝타임을 무시하고 그냥 감독판을 만들어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DVD라는 매체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정말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긴 버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가능성도 큽니다. 서극은 결코 내러티브를 다루는 데 능한 감독이 아니니까요. 그가 전에 만든 [촉산]이나 [촉산전]의 각본들도 결코 [칠검]보다 낫지는 않았거든요.

4. [칠검]이라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사지를 잘라내고 목숨을 앗아가는 금속성의 살인도구에 대한 페티시즘에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일곱 개의 검들은 모두 자기만의 개성과 이름과 기능을 부여받고 있죠. 그 중 몇 개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전 무원영에게 주어진 천폭이 가장 기억이 남는군요.

그러나 위에 제시된 문제들은 여전히 남습니다. 한마디로 칼들이 너무 많아요. 천폭과 유룡, 청간 정도는 그래도 자기만의 극적 역할이 있어서 기억에 남지만 나머지는 그냥 무정형 액션의 일부일 뿐입니다. 영화는 이들에게 고유의 검술과 안무를 주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기능이 재미있는 천폭의 경우는 그냥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5. 이 영화의 액션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상당히 잘 처리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유가량의 무술 연출에 대해서는 크게 불평하고 싶지 않습니다. 적당한 과장을 가끔씩 넣어가며 꽤 현실적이고 다이나믹한 검술 장면들을 만들어 넣었지요. 하지만 이 재료들을 끼워맞춘 편집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액션이 제대로 흐르지를 못해요. 종종 단편적인 장면들이 나열된 슬라이드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여기선 줄거리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가 그냥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더 쉽지요.

6. 김소연이 조선인 노예로 등장합니다. 범아시아적 영화를 만들려는 야심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한국 관객들에겐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거든요. 역시 조선인으로 등장하는 견자단과 김소연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정말로 어색합니다. 하지만 중국 관객들이나 다른 외국인 관객들은 그렇게까지 민감하지는 않겠죠.

7. [칠검]은 지루하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적어도 전 이 영화가 따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후반부에 방광의 압박 때문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영화는 술술 흘러갔고 액션도 괜찮았습니다. 보다 여유로운 재편집본이 나오면 평가가 더 나아질 수도 있죠. 그러나 아무리 관대하게 본다고 해도, [칠검]이 자신의 야심을 넘어서지 못한 작품이라는 건 부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05/10/04)

DJUNA

기타등등

장정초라는 신인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낯익군요. 영화 보는 내내 "누군가와 닮았는데 그게 누구지..."라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예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