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권종관

주연
정우성....진우
임수정....수정
차태현....하석
염정아....주영
신민아....수은
손태영....숙현
이기우....상규
여진구....휘찬
김승철....윤복

진우와 수정

[새드 무비]는 무드 피스 (mood piece)입니다. 이 영화의 목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느슨하게 나열되는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의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것이죠. 네 개의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시키는 구조도 이로서 이해가 가능한데, 이 경우 분명한 스토리는 오히려 분위기 창출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음악적 흐름과 화성을 구성하는 선율처럼 기능합니다.

영화의 주제는 이별이고 그 기조는 슬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이별을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자신의 무능력함에 진력이 난 애인이 이별을 선언하기도 하고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조용히 상대방을 보내기도 하죠. 이들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은 모두 예측 가능합니다. 하긴 반전 같은 걸 넣었다면 오히려 열심히 조성해놓은 가을 분위기를 망쳤을 거예요.

그러나 예측가능한 결말이 용납된다고 해서 스토리의 깊이까지 포기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새드무비]는 비슷한 구성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보다 훨씬 여유로운 구조를 가진 영화지만 정작 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의도를 고려한다고 해도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밋밋함의 원인은 지나친 깔끔함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네 사람들은 모두 필요 이상으로 정갈하고 거의 모두가 완벽한 변명을 뒤에 숨기고 있습니다. 연속극을 너무 많이 본 사람들처럼 말과 행동을 인공적으로 다듬고 있고요. 그 때문에 영화가 설정과 캐릭터를 제대로 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차태현이 연기한 무능력한 남자친구 하석은 이런 변명이 지워졌다면 훨씬 흥미롭게 묘사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휘찬의 이별 예식도 이런 식의 '이벤트'를 개입시키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거고요. [새드무비]는 종종 위험할 정도로 주말시간대 짝짓기 프로그램의 정서에 가까워집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자기만의 미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안정적이고 전문가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촉촉한 가을 분위기에 젖어 있는 비주얼은 만족스럽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특별한 무게가 없지만 부분부분은 매력적인 장면들과 설정들도 많습니다. 전 임수정과 정우성이 차분하게 끌어갔던 오래 된 연인의 분위기가 좋았고 놀이공원 커스튬을 입은 신민아의 첫사랑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손태영과 차태현의 이야기는 더 깊이 있어졌을 수도 있었고 염정아와 여진구의 이야기는 표정을 조금 풀고 인공적인 설정을 떨쳐버렸다면 더 좋았을 이야기였지만 특별히 모자란 부분도 없습니다.

[새드무비]는 모범적인 가을용 팬시영화입니다.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분명 수요가 존재하고요. 그러나 이렇게 무드에만 매달리는 대신 캐릭터를 조금만 더 팠다면 영화가 더 재미있어졌을 거라는 생각은 멈추기 어렵습니다. [새드무비]는 훌륭한 영화가 되기엔 자신과 타자 모두에게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05/10/11)

DJUNA

기타등등

제 생각엔 원작 시나리오엔 수은의 독백 장면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신민아가 기자 간담회에서 그에 대한 변명 비슷한 걸 늘어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고요. 제 의견을 말하라고요? 늦기 전에 당장 지워버리라고 말하겠어요. 그 독백들은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습니다. 그런 것 없이도 수은의 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해요. 신민아가 추측했던 것처럼 이것이 장애인 캐릭터의 타자화를 막는 대안이라고 해도 이 경우는 예술적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