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폴 앤더슨 Paul Anderson

주연
밀라 요보비치....앨리스
Milla Jovovich....Alice
미셸 로드리게스....레인 오캄포
Michelle Rodriguez....Rain Ocampo
에릭 마비우스...매트 애디슨
Eric Mabius....Matt Adison
제임스 퓨어포이....스펜서 팍스
James Purefoy....Spencer Parks
마틴 크루스....채드 카플란
Martin Crewes....Chad Kaplan
파스칼 알레아르디....J.D. 살리나스
Pasquale Aleardi....J.D. Salinas
콜린 살몬....제임스 "원" 셰이드
Colin Salmon....James "One" Shade
하이케 마카쉬....닥터 리사
Heike Makatsch....Dr. Lisa
리즈 메이 브라이스....의무병
Liz May Brice....Medic
제임스 버틀러....클라렌스
Jaymes Butler....Clarence
미카엘라 디커....레드 퀸
Michaela Dicker....Red Queen

레인과 앨리스

[레지던트 이블]은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이 원작이고, 당연하지만 저는 하나도 안 해봤습니다. 이런 식의 생존 게임은 영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당연히 영화와 게임과의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약간의 예습을 하고 가기는 했고 나중에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팬 사이트 같은 곳에서 정보를 재확인하긴 했지만 둘을 제대로 비교할만큼 제가 그 게임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으니까요. 단지 정리를 위해 영화의 이야기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프롤로그쯤 되고, 영화의 에필로그는 시리즈의 2편과 겹쳐지며,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먼저 밝혀도 될 듯 해요.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라쿤 시티에 위치한 엄브렐러사의 비밀 지하 연구소 '하이브'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바이러스 유출 때문에 좀비로 변하고 사태를 수습하러 온 특공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 싸운다는 거죠. 주인공인 앨리스는 바이러스 누출 때 건물에 투여된 신경 가스 때문에 기억을 잃은 인물로, 필사적인 생존 투쟁을 하는 동안 자기가 누구이며,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아내려 합니다.

폴 앤더슨은 이 영화의 원작이 게임이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영화는 게임처럼 보여요. 설정을 간결하게 소개하는 도입부나, 설명과 액션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나, 캐릭터들의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는 컴퓨터 그래픽이나요.

단점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전 종종 '남이 하는 게임'이라는 표현을 부정적인 의미로 썼는데, 요샌 '남이 하는 게임'이라고 다 재미없지만은 않더군요. 꼭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의 개념에 맞지 않더라도 '좋은 게임'이면 등뒤에서라도 봐줄만 하더라니까요.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좋은 '게임'일까요? 글쎄요. 영화에는 좋은 '게임'에 어울리는 분명한 사태 해결의 매력은 없습니다. 사태 제공과 해결이라는 구조는 있지만 해결 과정 자체는 그렇게 분명한 힘이 없어요. 다시 말해 액션이 불분명하다는 말입니다. 대신 영화가 제공하는 것은 좀비들의 습격과 밀실 공포로 구성된 갑갑한 자극입니다. 이 역시 장르의 성격상 필요하고 자극도 충분히 강도가 세면 나쁠 것도 없지만, 관객 입장으로서는 조금 더 요구하고 싶어지죠.

그러다보니 대충 무시해도 될 영화적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소위 캐릭터나 스토리 같은 것 말이에요. 예를 들어 주인공 앨리스는 진짜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조금 더 입체화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배경설정표를 낭독하게 하는 대신 기억 상실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스토리를 입체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고,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보다 성의있게 묘사해서 후반부의 감정을 증폭시킬 수도 있죠. 그랬다면 후반부에 나오는 레인과 앨리스 사이의 이야기도 훨씬 설득력 있게 묘사되었을텐데 말이에요.

배우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앨리스 역의 밀라 요보비치는 영화 절반 이상을 멍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군요. 하긴 기억상실증에 걸려 정신없는 캐릭터니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연기하는 쪽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레인 역의 미셸 로드리게스도 [걸파이트] 때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나오는 액션 장면도 부족해서 좀 낭비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정리해서 말하면, [레지던트 이블]은 전형적인 폴 앤더슨 영화입니다. 상당한 양의 자극과 액션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당기지는 않는 작품이군요. 모르겠어요. 원작이 된 게임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았을지요. 전 그냥 약간의 피서용 자극을 즐기고 빨간 원피스를 입은 밀라 요보비치와 미셸 로드리게스의 인상쓰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나왔답니다. (02/05/29)

DJUNA

기타등등

벌써 속편이 준비 중이라는군요. 속편에서는 질 발렌타인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미라 소비노가 그 역을 맡을 거라는 소문이 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