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튜어트 고든 Stuart Gordon

주연
제프리 콤스....허버트 웨스트
Jeffrey Combs....Herbert West
브루스 애봇.....댄 케인
Bruce Abbott....Dan Cain
바바라 크램튼....메건 할시
Barbara Crampton....Megan Halsey
데이빗 게일....칼 힐 박사
David Gale....Dr. Carl Hill
로버트 샘슨....앨런 할시 학장
Robert Sampson....Dean Alan Halsey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는 스튜어트 고든의 첫 영화이고 그의 남은 평생을 지배하게 될 러브크래프트 사랑이 시작된 자리이기도 하죠. 서플을 보니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원작을 읽기 전까지는 러브크래프트 팬이 아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하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순전히 제작비를 구하기 쉬워서였다고 하니 장르에 발을 담그는 방법도 여러가지입니다.

영화의 원작은 국내에서도 번역된 적 있는 러브크래프트 단편인 [Herbert West--Reanimator]. 원래 고든이 이 작품을 PBS용 텔레비전물로 만들려고 할 때만 해도 원작에 비교적 충실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극장용 장편물로 옮겨지면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지요. 무대는 여전히 메사추세츠 애컴이지만 시대배경은 현대, 그러니까 1980년대로 옮겨졌어요. 원래는 미친 과학자 허버트 웨스트와 이름 없는 나레이터 위주로 진행되는 이야기였지만 영화에서는 악당 과학자 칼 힐과 나레이터의 여자 친구 메건과 같은 인물들이 중요한 비중으로 추가되었고요. 나레이터 역시 댄 케인이라는 이름을 세례받고 영화만의 개성을 부여받았죠. 최종 결과는 러브크래프트의 원작과 그렇게까지 닮은 편은 아니에요. 내용을 많이 바꾸었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러브크래프트의 개성을 이루는 건 작가의 장황한 화술과 그가 만든 세계의 독특한 분위기이기 때문이죠.

영화의 내용은 거의 고루하기까지 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입니다. 허버트 웨스트라는 과학자가 죽은 인간을 되살릴 수 있는 약물을 만들어내죠. 미스캐토닉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던 그는 고양이에서부터 막 죽은 남자의 시체까지 다양한 생명체들을 살려내지만 모두 극도로 공격적인 괴물이 되어버려요. 여기서 가장 손해를 본 건 웨스트 자신이 아니라 어쩌다 운 나쁘게 웨스트의 룸메이트가 된 의대생 댄 케인이죠. 웨스트가 살려낸 시체들이 미쳐 날뛰는 동안 그의 주변 사람들이 한 명씩 희생자가 되고 곧 여자친구마저도 목숨이 날아가버릴 위기에 처하니 말이죠.

지금은 호러 영화팬들의 완소 캐릭터로 자리잡은 허버트 웨스트도 사실 설정만 보면 고루해요. 그냥 미치광이 천재 과학자거든요. 자신의 과학적 업적에 비하면 세상 나머지 것들은 발가락 사이의 때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만한 젊은이죠. 그가 '신과 자연의 섭리'를 위반하며 벌이는 소동도 우리가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종말을 맞아요.

엄청 뻔한 내용과 그만큼이나 뻔한 주인공에도 불구하고 [리-애니메이터]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영화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에요. 보통 이런 식의 코미디 영화에서는 내용의 얄팍함을 놀려대느라 코미디의 무게까지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고든과 패거리들은 자기네들이 만드는 영화를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만큼 진지하게 다루었어요. 이 영화의 코미디는 주인공 댄 케인이 자신의 경력과 여자친구에 대한 자신의 사랑, 죽음에 대한 공포 모두에 대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피부에 닿는 현실이고 그만큼이나 무섭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원초적인 그로테스크함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이 궁극적인 그로테스크함에 도달하기 위해 고든과 패거리들은 상상력과 제작비, 특수 효과 기술이 지원하는 한도 내에서 정말 뭐든지 했습니다. 피와 내장이 튀는 고어 효과는 극을 달렸고 이들을 섹스와 결합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죠. 이건 그들이 막 장르 세계에 발을 담그었으면서도 뻔뻔스럽게 첫 판부터 선배들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려 했던 열성적인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여기엔 배우들의 도움도 있었죠. 예를 들어 허버트 웨스트 캐릭터는 순전히 제프리 콤스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단순한 설정과 연기 지도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최종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지요.

물론 초짜들의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는 무시할 수 없고 같은 장르에서 더 막 나가는 걸작들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를 무시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리-애니메이터]는 여전히 80년대 B급 영화 감독들이 마음을 제대로 먹고 막 나간다면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던 훌륭한 견본품으로 남아 있지요. (07/04/16)

DJUNA

기타등등

[리-애니메이터]는 아직도 계속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아직 오리지널만한 평가를 받은 작품은 없지만요. 네 번째 영화인 [House of Re-Animator]가 2008년에 개봉될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