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더스 모르겐탈러 Anders Morgenthaler

주연
투레 린하르트....아우구스트
Thure Lindhardt....August
미라 힐리 묄러 할룬트....미아
Mira Hilli Møller Hallund....Mia
스티네 피셔 크리스텐센....크리스티나
Stine Fischer Christensen....Christina

미아와 아우구스트

섹스 산업과 포르노가 합법화되어있고 여성 인권이 잘 보장된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섹스 산업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많은 덴마크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자랑스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더스 모르겐텔러는 그의 [프린세스]를 통해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적어도 그가 만든 캐릭터 아우구스트는 그렇게 생각하죠.

영화가 시작될 무렵, 아우구스트는 말없고 얌전한 목사입니다. 하지만 5년 뒤, 포르노 배우였던 누이가 죽고 홀로 남은 미아를 데리러 사창가로 돌아갔을 때, 그는 더 이상 성직자가 아닙니다. 그가 그 뒤에 한 행동도 정상적인 성직자답지는 않죠. 성폭행에 시달리고 사창가 바깥의 세상은 알지도 못하는 조카와 거대한 페니스들로 장식된 누이의 묘를 보고 맛이 가버린 그는 행동하기로 결심합니다. 누이가 남긴 모든 포르노물을 이 지구상에서 지워버리겠다고요. 물론 그러는 동안 인명손실이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인명손실 자체가 더 중요할 거예요.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포르노 하나를 완전히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아무리 원본 소스를 지워버려도 인터넷에서 계속 증식할 게 뻔한데.

아우구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프린세스]는 일단 종교적 속죄극입니다. 그가 그렇게 미쳐 날뛰는 건 동생의 삶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간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죄를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수극으로서 [프린세스]는 굉장히 냉정합니다. 아우구스트는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와 같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죠. 그는 마치 신의 면죄부라도 미리 받은 것처럼 불을 지르고 총을 쏘고 칼로 신체일부를 잘라냅니다. 심지어 그는 그 행동에 다섯 살박이 어린아이를 참여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아우구스트의 행동을 인정하지 못할 겁니다. 정상적인 관객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제발 애들은 두고 와! 그런 짓을 하기 전에 너 대신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아봐! 애들 앞에서 넌 지금 뭐하는 짓이야? 넌 그게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순수한 복수극인 이 영화가 일종의 아이러니컬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미아에게 가장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바로 아우구스트 자신인 걸요. 이 영화는 포르노 업계 만큼이나 포르노 업계에 대한 종교적 결벽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포르노 업계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 아니라 이 죄많은 세상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영혼이 어떻게 파멸하는가를 보여주는 보다 보편적인 교훈극일 수도 있어요.

영화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단 이 선택은 예술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보여요.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실제 아역배우를 주인공으로 이런 영화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들이 택한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 그냥 무난한 편입니다.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이나 기교는 느낄 수 없지요. 하지만 영화는 억지로 그들을 넘어 설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스타일과 내용의 조화와 대비에 주력합니다. [프린세스]의 이미지는 깔끔하고 정적입니다. 거의 어린이용 그림책과 같지요. 단지 캐릭터 디자인에 약간의 사악함이 첨부되었을 뿐이죠. 그 때문에 이 조용하고 차가운 그림들은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교활하게 충돌합니다. 이들은 실사로 나오는 포르노물이나 사진들, 아우구스트가 찍은 비디오들과도 적절한 대비를 이루기도 합니다. 그림의 정갈함 때문에 실사 세계의 지저분한 음란함이 더 튀어 보이죠. 가끔 애니메이션 특유의 판타지가 삽입되기도 해요. 미아의 토끼인형 물테가 살아 움직일 때가 그렇죠.

[프린세스]는 불쾌하고 차가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렬한 영화이기도 해요. 영화를 보면서 "다섯 살 짜리 여자아이와 살아 움직이는 토끼 인형을 이런 식의 영화에 이용하다니 반칙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먹히는데. (07/07/16)

DJUNA

기타등등

올해 처음으로 본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상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