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앤 프린세스 Princes et princesses (1999) * * *
감독
미셸 오슬로
Michel Ocelot
주연
아를레트 미라포
Arlette Mirapeu
필립 셰티옹
Philippe Cheytion
이브 바르삭
Yves Barsacq
프랑스와 브와쟁
François Voi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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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앤 프린세스]라는 한국 제목은 아주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왕자와 공주]가 아닌 [왕자들과 공주들]이라고 해야했죠. 이 영화는
6편의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 물이니까요.
단편들은 간단한 설정에 의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밤만 되면 한쌍의 소년소녀가 집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이 없는 극장에서 그들의 친구인 어떤 중년 남자와 함께 매일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들은 컴퓨터로 자료를 찾아 입을 옷을 디자인한 뒤 그 옷을 입고 각각의 영화에 출연합니다.
첫편인 [다이아몬드 공주]는 전형적인 마법에 걸린 공주 이야기입니다. 두 명의 왕자가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러 떠났는데, 그 중 개미에게 친절하게 굴었던 착한 왕자가 결국 그들의 도움을 받아 공주의 마법을 푼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무화과 소년]은 고대 이집트가 무대로, 자기 나무에 열린 무화과를 여왕에게 바치고 상을 받은 소년을 질투하는 시종장이 그를 모함하려 하지만 오히려 자기가 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번째 이야기 [마녀]는 중세가 무대입니다. 마녀를 무찌르려고 수많은 기사들이 성을 공격하지만 모두 실패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던 주인공 소년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마녀의 성에 들어가고 결국 마녀와 결혼합니다.
네번째 이야기인 [노파의 가운]은 19세기 일본이 무대입니다. 할머니의 가운을 훔치려는 도둑이 도리어 할머니에게 당한다는 이야기죠.
다섯번째 이야기인 [잔인한 여왕]의 무대는 서기 3000년의 미래지만 여전히 구식 동화 풍인 이야기입니다. 왕궁에 있는 메가 레이다로 숨바꼭질을 하는 청혼자들을 찾아 죽이는 게 취미인 여왕에게 새 조련사가 청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섯번째 이야기인 [왕자와 공주]는 키스 때문에 끝도 없이 다른 동물로 변해가는 왕자와 공주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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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슬로가 감독한 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테크닉과 스타일입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셀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닙니다. 관절이 있는 종이 인형을
그림자만 보이게 해놓고
애니메이션을 해 찍은 일종의 그림자극이지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원초적인
테크닉입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기원은 다들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동남아의 그림자 인형극이나 잉마르 베리만이 어릴 때 그렇게 매료되었던
마술 램프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이런 기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사실 꽤 자주 사용된답니다. 하지만 극장용 장편이 이런 기법을 전면적으로 취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그 덕택에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꽤 신선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애니메이션은 장편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2차원적이고 영상 정보도 적어서 쉽게 지루해진다는 것이지요. 영화가 하나의 긴 이야기를 끄는 대신 6편의 짧은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것도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꽤 교묘한 사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6편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다른 동화책에서 뽑아온 것이거나 그런 이야기들을 살짝 변형시킨 것들입니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 더 강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실루엣 애니메이션과 동화풍의 이야기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결합되거든요. 그 덕택에 극장용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꽤 도전적인 시도도 필요 이상으로 안전해 보입니다.
가장 재미있는 작품은 맨 마지막 단편인 [왕자와 공주]입니다. 별다른 줄거리없이 두 사람이 계속 다른 동물로 변하는 소동 이야기는 결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무척 재미있고 두 주인공들이 투덜거리는 대사도 흥미롭습니다. [노파의 가운]은 평범한 이야기지만 호쿠사이의 그림들을 차용한 그림자 이미지들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단지 그게 대부분 정적인 배경이어서 공들인 결과가 그렇게까지 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마녀]는 작은 아이디어가 솔솔 흘러나오는 재미있는 단편이긴 하지만 [루니 튠즈]식 속도감이 조금 더 따라주었으면 좋았을 듯 했습니다. 나머지 단편들도 괜찮지만 기법의 가능성을 그렇게까지 도전적으로 탐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이야기보다도 흥미로운 건 극장 안의 세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컴퓨터로 자료를 찾고 주인공들을 만들거나 수정하고 의상을 디자인하는 자잘한 과정들은 아마도 이 작품의 제작 과정을 살짝 반영하고 있겠지요. (01/04/0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화면 비율은 1.66:1입니다. 그 때문에 필름 양쪽에 검은
띠가 생기는 '윈도우박스'로 상영되더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