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정중

주연
이민기....현석
이케와키 치즈루....메구미
Chizuru Ikewaki....Megumi
정유미....재영

메구미와 현석

[오이시맨]은 상처받은 예술가의 치유담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현석은 한동안 잘 나갔고 히트곡도 몇 개 냈지만 지금은 슬럼프로 주저앉은 가수예요. 요새는 동네 음치 클리닉에서 아줌마들을 가르치고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명 현상으로 괴로워하고 있지요. 그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의 의무이기도 하고 영화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런 부류의 주인공들이 가장 자주하는 일을 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죠. 그는 겨울에 가면 유빙을 볼 수 있다는 홋카이도의 몬베츠로 갑니다. 일본말도 모르고 호텔도 안 정했어요. 그냥 짐 하나 챙겨들고 바다를 건넌 겁니다.

슬슬 치유자 역할을 하는 여자 상대역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이에요. 여자 1번은 현석의 회상을 통해 등장하는 음치 클리닉 학생 재영입니다. 왕년에 현석의 팬이었다는 이혼녀인 재영은 현실적으로 현석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몬베츠에 머무는 현재 시점에서 그가 만나는 인물은 공항에서 만난 민박집 아가씨 메구미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이 둘의 관계입니다.

[오이시맨]이 이들의 연애 이야기라고 짐작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둘은 엉성한 브로큰 잉글리시로 초보적인 대화를 간신히 나눌 수 있을 뿐이고 서로의 이름도 몰라요. 현석은 메구미의 민박집에서 며칠을 보내지만 그들은 서로를 정말로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그럴 의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들은 그냥 상대방의 근처에서 머물다가 삶의 영향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영향을 받았냐고 묻는다면 그들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이 모호함이 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전 절반정도만 성공했다고 말하겠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이 스토리 전개는 이치에 맞습니다. 이국에서 온 여행자가 말도 안 통하는 본토 처녀와 뜨거운 연애를 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하지만 그 모호함 때문에 이야기가 자체적인 에너지를 갖지 못하고 익숙한 클리셰 주변을 맴돈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감독의 전작 [허스]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좋은 의도와 적절한 소재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최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 영화보다 일본영화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 물론 영화가 국가적 정체성을 늘 지켜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예술적 선택보다는 그냥 주변 영향에 휩쓸린 것 같아요.

홋카이도의 겨울 풍경은 영화에 적절한 그림을 만들어줍니다. 감독은 하고 싶은 걸 다 못했다고 불평하지만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이 정도 저예산과 짧은 시간으로 몰아 찍었으면서 이 정도 결과물을 냈다면 그건 좋은 거고요. 무엇보다 이민기, 이케와키 치즈루, 정유미의 연기가 좋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소 관습적이고 그들 역시 억지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 제한 속에서 그들은 자연스럽고 매력적입니다. (09/02/11)

DJUNA

기타등등

가수 김C가 아이디어를 낸 영화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