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g Entwistle

페그 엔트위슬의 본명은 릴리안 밀리센트 엔트위슬. 1908년 7월 1일 웨일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런던에서 보냈고 어머니가 죽자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때가 14살이었어요.

엔트위슬은 브로드웨이에서 여덟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서서히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연극은 빌리 버크, 험프리 보가트와 공연한 연극 [Mad Hopes]였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엔트위슬은 RKO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할리우드로 날아간 엔트위슬은 삼촌 해럴드가 사는 비치우드 드라이브 2428번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의 그림자 밑에 있었지요.

엔트위슬이 출연한 첫 영화는 아이린 듄과 머나 로이가 주연으로 나온 [Thirteen Women (1932)]이라는 호러 영화였습니다. 엔트위슬의 역은 헤이즐 커즌즈라는 이름의 조역이었고요. 별로 큰 역도 아니었지만 대부분 편집 과정 중 잘려나간 모양이에요.

엔트위슬은 그 뒤로 끊임없이 오디션을 보며 다음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그녀에게 냉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엔트위슬은 삼촌의 한증막 같은 집안에 틀어 박혀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만 노려보면서 1932년의 여름을 보냈습니다.

1932년 9월 18일, 엔트위슬은 삼촌에게 드럭스토어에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뒤 집을 나섰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대신, 그녀는 할리우드 사인의 H 글자 꼭대기에 올라가 뛰어내렸습니다. 핸드백 속에 든 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I'm afraid I'm a coward. I'm sorry for everything. If I had done this a long time ago, it would have saved a lot of pain."

굉장히 잔인한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엔트위슬이 죽은 바로 다음 날 비벌리 힐즈 플레이하우스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거든요. 그들은 엔트위슬에게 신작 연극의 주연을 제안했는데, 그 캐릭터는 극중에서 자살하는 여자였습니다.

페그 엔트위슬은 그 뒤로 'The Hollywood Sign Girl'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녀의 죽음은 할리우드의 번지르르한 화려함 뒤에 숨겨진 좌절과 고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할리우드 사인 H 글자 부근에 엔트위슬의 유령이 나타난다고 믿죠. 좋아했던 치자꽃 향기를 풍기면서요. (02/04/1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