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슐리 저드는 1968년 4월 1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바로 컨트리 가수인 나오미 저드이고 와이노나 저드는 아버지가 다른 언니입니다. 엄마랑 언니가 스타가 되기 전까지 테네시와 캔터키를 오가면서 빈곤하고 헛갈리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군요.

저드는 캔터키 주립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한 뒤 언니의 제의로 배우일을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시작한 건 텔레비전 물들이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시트콤 [Sisters (1991)]의 레아 역과 [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의 로빈 레플러역이었습니다. 영화에 데뷰한 것은 크리스찬 슬레이터 주연의 [초보 영웅 컵스 Kuffs (1992)]부터였고요. 본격적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작품은 그 다음해에 출연한 인디 영화 [Ruby in Paradise (1993)]입니다.

그뒤로 수월한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흐릿한 경력이 시작됩니다. [스모크 Smoke (1995)], [히트 Heat (1995)], [Norma Jean & Marilyn (1996)], [타임 투 킬 A Time to Kill (1996)]... 저드는 나오는 영화마다 늘 좋은 평을 받았지만 대부분 조연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정작 주연으로 나설 때면 영화 자체가 시시하거나 했죠.

아마 99년은 저드가 본격적인 주연 배우로 인정받은 해로 기록될 겁니다. [더블 크라임 Double Jeopardy (1999)]은 그저 그런 영화지만 흥행성적은 상당했고 그 때문에 저드도 투자 가치가 있는 배우로 인정받았으니까요.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이 오브 비홀더 Eye of the Beholder (1999)]가 미국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요.

2.

전 열성적인 애슐리 저드의 팬들(이 글도 그네들 중 한 명의 협박에 눌려 쓰고 있습니다만)을 만나면 늘 살짝 놀려주고 싶어집니다. 너무나도 안전한 선택이거든요. 전형적인 '남부 미인 Southern Belle' 스타일의 온화한 외모는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먹히고 연기 역시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어필하는 스타일이며 노골적인 섹스 어필로 동성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아서 팬들의 성비도 고른 편입니다. 다시 말해, 저드는 '누구누구의 팬'을 내세우며 자신의 문화적 개성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이 선택할 배우는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저드의 흐릿한 경력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나 받아들이기 쉽고 매끄러워서 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이지요. [히트]나 [타임 투 킬]에서 저드가 보여준 연기는 좋았지만, 그 '좋음'은 머리를 한 대 꽝 후려치는 것처럼 강렬한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 좋은 평을 받으면서도 정작 상복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겠죠. 지금까지 저드가 해온 일은 지나치게 강한 개성으로 주연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조연 전문 배우의 역할이었습니다.

저드 역시 여기에 신경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드의 필모그래피는 상당히 많은 일탈 시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텔레비전 데뷰작이라고 할 [Sisters]에서 저드가 보여준 막나가는 딸 역도 우리가 익히고 있는 저드의 기존 캐릭터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스모크]의 건들거리는 불량 소녀 역, [노멀 라이프 Normal Life (1996)]의 알콜 중독자 아내, [아이 오브 비홀더]의 연쇄 살인마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연한 두 편의 주류 헐리웃 영화들은 모두 액션물이었고요. 이들은 모두 저드가 기존의 온화한 이미지에서 탈출해 보다 강한 인상을 관객들한테 남기려는 발버둥이었던 셈입니다.

그 시도들는 꽤 많이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드의 남부 미인 이미지는 남아 있었지요. 그리고 저드의 연기가 가장 잘 먹힐 때는 이 사람의 온화한 외모와 과격한 캐릭터가 결합했을 때입니다. [아이 오브 비홀더]는 한동안 대표적인 예로 남겠지요. 충분히 연쇄살인마로 보일만큼 능숙하게 연기를 하면서도 기존의 이미지로 관객들의 동정을 얻는 데에도 성공했으니까요. 아마 저드가 미래에도 화끈한 연기를 보여준다면 이런 역으로가 아닐까요?

3.

아까도 말했지만, [아이 오브 비홀더]가 미국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영화는 [Dexterity (2000)]와 [Where the Heart Is (2000)]인데, 앞의 영화는 로맨스 코미디로 매튜 매커너헤이와 공연할 예정이고 뒤의 영화는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저예산 코미디라고 합니다.

저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배우 샬리즈 테론과 헛갈릴 때가 많죠. 재미있게도 테론 역시 같은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듯 합니다. 해결책도 비슷하고요. 온화한 외모를 과격한 역으로 극복하려는 거죠. 다른 점이 있다면 테론 쪽이 저드보다 훨씬 더 쉽게 벗는다는 것이랄까.

로버트 드 니로, 매튜 매커너헤이, 마이클 볼튼(웩!) 등등과 데이트한 적 있습니다. 남의 사생활이야 저 알바 아니지만 그 중 두 명이 공연 배우였으니 별로 좋은 버릇은 아니죠. 요새는 카 레이서인 다리오 프란칠리와 사귀는 모양입니다만. (99/11/27)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