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앨머레이다 Michael Almereyda

주연
엘리나 뢰벤존...나쟈
Elina Löwensohn....Nadja
갤럭시 크레이지....루시
Galaxy Craze....Lucy
피터 폰다....드라큘라/반 헬싱 박사
Peter Fonda....Dracula/Dr. Van Helsing
자렛 해리스....에드가
Jared Harris....Edgar
수지 에이미스....카산드라
Suzy Amis....Cassandra

1.

드라큘라의 딸 나쟈는 아버지가 숙적 반 헬싱 박사에게 살해당하자, 새 인생을 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기를 끔찍하게 증오하는 쌍둥이 동생 에드가와 재회하고 반 헬싱의 조카 며느리인 루시를 유혹합니다. 또다시 의무감에 휩싸인 반 헬싱과 일당들은 나쟈를 따라 트랜실바니아로 날아가고...

2.

우선 참 뻔한 내용이죠. 감독/각본가인 마이클 앨머레이다는 새로운 스토리를 짜낼 생각 따위는 애당초부터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스토리는 대충 [드라큘라의 딸], [헝거], [피와 장미]와 같은 옛 흡혈귀 영화들에서 내용 연결이 될 만한 것들을 끌어모아 끼워맞춘 것입니다. 무대는 현대 뉴욕이지만 랜필드나 루시, 반 헬싱 박사와 같은 인물들은 그대로 재활용되고요.

스토리의 진부함은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필수적입니다. 앨머레이다의 이 영화는 흡혈귀 영화에 대한 농담 따먹기이기 때문이죠.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의 연기들은 심각하기 그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싱겁게 웃깁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할 하틀리의 아무 영화나 떠올려보세요(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엘리나 로웬슨과 마틴 도노반은 모두 하틀리 고정 배우들입니다.) 단지 더 싱겁고 더 내용이 없습니다. 영화는 몽유병자처럼 옛 클리셰 사이를 힘없이 돌아다니며 가끔 실없는 농담을 뱉아댑니다.

[나쟈]의 결정적인 단점은 이런 '할 하틀리식 흡혈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할 하틀리식 흡혈귀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싱거우면서도 그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 하틀리의 대사와는 달리 [나쟈]의 대사들은 그냥 싱거울 뿐입니다.

3.

이 영화에서 앨머레이다는 픽셀비전이라는 장난감을 트릭으로 쓰고 있습니다. 픽셀비전은 어린이용 사진기인데, 이것으로 찍으면 화면이 거친 모자이크 처리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앨머레이다는 이 트릭을 전작인 [Another Girl, Another Planet]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나쟈]에서도 상당히 많이 써먹고 있습니다.

사실 후반부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치 색맹 잠자리가 된 기분이죠. 저한테 묻는다면, 모자이크 화면보다는 배우의 얼굴을 더 보고 싶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화면 중간중간에 살짝 집어넣으면 상당히 스타일리쉬해보여요.

장 드노의 흑백화면은 아름답고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눈만 만족시킬 생각이라면 [나쟈]는 손해볼 영화가 아닙니다.

4.

하틀리 팬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엘리나 뢰벤존은 루마니아인입니다. 고로 이 배우의 루마니아 악센트는 오리지널이죠. 헝가리인이었던 벨라 르고시만 뺀다면 헐리웃에서 진짜 악센트를 구사한 유일한 흡혈귀 배우인 셈입니다!

로웬슨은 나른한 보헤미안 흡혈귀로 완벽하고 스크린 위에서도 아주 훌륭해 보입니다. 로웬슨은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입니다.

피터 폰다는 반 헬싱을 정신나간 늙은 히피처럼 연기합니다. 재미있고 가끔 황당하게 웃겨요.

마틴 도노반, 수지 에이미스와 같은 꽤 능력있는 조연들이 뒤에 깔려있지만 그렇게 튀는 연기는 없습니다. 참, 이 영화에서 제작 총지휘를 한 데이빗 린치가 시체 안치소 직원으로 나옵니다. (98/09/06)

DJUNA

기타등등

구식 호러 장르에 대한 앨머레이다의 애착은 또다른 호러 클리셰를 끌어낸 영화 [도플갱어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