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처드 벤자민 Richard Benjamin

주연
킴 베이싱어....셀레스트
Kim Basinger....Celeste
댄 애크로이드....스티브 밀즈 박사
Dan Aykroyd....Dr. Steve Mills
앨리슨 해니건....제시 밀즈
Alyson Hannigan....Jessie Mills
존 로비츠....론 밀즈
Jon Lovitz....Ron Mills
조셉 메이허....버드롱 박사
Joseph Maher....Dr. Budlong
세스 그린....프레드 글라스
Seth Green....Fred Glass
줄리엣 루이스....렉시
Juliette Lewis....Lexie

밀즈 박사, 셀레스트, 제시

[새 엄마는 외계인]. 무척 50년대 풍의 제목이죠? 사실 기본 컨셉도 당시 십대 관객들을 겨냥해 만들었던 싸구려 SF 영화식입니다. 아빠가 정신없이 반해 결혼까지 한 여자가 알고 봤더니 외계인 스파이였다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88년에 제작된 전형적인 80년대 풍 SF 코미디입니다. 척 봐도 이 영화는 [폴리스 아카데미]와 같은 시대의 영화입니다. 목소리 까는 50년대식 터프 가이들은 연예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쇼맨십 강한 과학자들로 바뀌었고, 누가 [E.T.] 이후 세대의 영화가 아니랄까봐, 외계에서 온 무시무시한 침입자는 괴팍하지만 무해한 존재로 교체되었습니다. 30년 동안 섹스에 대한 언급이 엄청 늘어난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군요.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밀즈라는 과학자가 외계에 신호를 쏘아올리는데, 거기 정통으로 맞은 외계 행성이 중력 이상으로 붕괴될 위기에 처하죠. 외계 행성에서는 셀레스트라는 스파이를 파견해, 밀즈 박사의 연구에 대해 알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밀즈 박사는 셀레스트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까지 하고 말아요.

굉장히, 굉장히 바보같은 설정이지요. 셀레스트를 지구로 끌어 오기 위해 이 영화가 만들어낸 이유는 아마 SF 영화사상 가장 어처구니 없는 핑계일 겁니다. 너무 말도 안되어서 설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어요. 아마 각본가들도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이건 그래도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핑계가 아닙니다. 영화의 기본 설정이 제시하는 극적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진짜 문제죠. [새 엄마는 외계인]은 각각의 구성 요소들과 아이디어, 스토리가 따로 놉니다. 심지어 같은 시퀀스 안에서도 어디로 흘러가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요. 셀레스트가 밀즈 박사를 유혹하는 장면을 전후 장면과 연결해서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요? 그건 새엄마를 맞아들인 틴에이저 딸의 편집증이 기본 소재가 되어야 마땅할 스토리와 킴 베이싱어라는 80년대 섹시 스타의 섹스 어필을 팔아먹으려는 시도가 충돌하기 때문이죠. 캐스팅이 진짜로 파야할 방향을 막는 겁니다. 결국 영화는 제대로 된 SF 코미디도 아니고 제대로 된 80년대 섹스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으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글쎄요. 이 영화는 자체의 힘보다는 이 영화에 출연했던 몇몇 배우들을 위한 기념품적 가치가 강합니다. 우선 무명 시대의 줄리엣 루이스가 잠시 단역으로 나옵니다. [버피]의 윌로우인 앨리슨 해니건의 영화 데뷔작이고, 윌로우의 늑대인간 남자 친구 오즈 역의 세스 그린이 해니건의 데이트 상대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기억할만 하고요. 해니건과 그린이 더 나왔다면 제목과도 어울렸을 것이고 영화도 더 나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주연인 댄 애크로이드와 킴 베이싱어에 대해서는... 그들은 이보다 나은 영화들에 많이 출연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들이 출연한 모든 영화들을 다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드문 팬이 아니라면 꼭 이 영화를 봐야 할 필요는 없어요. (02/07/23)

DJUNA

기타등등

1. 그러고보면 해니건은 참 틴에이저 노릇을 오래도 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6년이면 졸업하는 걸, 13년이나 끌었으니...

2. 62년에 만들어진 디즈니 코미디 [Moon Pilot]과 이 영화를 비교해볼 수도 있겠군요. 꽤 비슷한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있으니까요. 둘 다 바보 같은 내용인 건 마찬가지만 그래도 [Moon Pilot]이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