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빈센트 발 Vincent Bal

주연
카리스 판 하우텐....미노스
Carice van Houten....Minoes
테오 마센....티베
Theo Maassen....Tibbe
사라 바니르....비비
Sarah Bannier....Bibi
피에르 보크마....엘레메트
Pierre Bokma....Ellemeet
올가 주이더후크....반 담 부인
Olga Zuiderhoek....Mevrouw van Dam
키스 훌스트....반 담 씨
Kees Hulst....Meneer van Dam
한스 케스팅....생선 가게 주인 해리
Hans Kesting....Harrie de Haringman

미노스

아동문학가 안니 M. G. 슈미트는 20세기 플랑드르 문학의 최고 스타입니다. 안네 프랑크를 빼면 슈미트만큼 국제적으로 소개된 플랑드르어 작가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요. 오늘 소개할 [미노스]는 1970년에 나온 슈미트의 동명 동화(영어권에서는 [Minnie]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를 각색한 작품인데, 작가와 작품의 비중을 생각해보면 네덜란드 영화계에서는 상당히 진지한 프로젝트였을 겁니다.

영화의 타이틀롤 미노스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된 암코양이 이름입니다. 미노스는 이웃집 꼬마 비비가 유일한 친구인 숫기없는 신문 기자 티베의 다락방에 얹혀지내면서 동네의 고양이 소문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뉴스 자료들을 제공해줍니다. 미노스의 도움으로 티베는 대성공을 거두지만, 수상쩍은 동네 유지 엘레메트의 뒤를 캐는 동안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미노스]에서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슈미트의 원작도 그렇게까지 독특한 구성을 가진 작품은 아니었으니까요. [미노스]의 스토리 상당 부분은 거의 자동적입니다. 특히 기성품 악당 엘레메트와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나 공식적이어서 관성 비행처럼 느껴질 지경이지요.

하지만 슈미트의 동화나 이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의 독창성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방식에 있죠. 엘레메트와 관련된 이야기는 뻔하지만 그래도 꽤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정말 오밀조밀하게 재미있어요. 현대의 평범한 소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동화적 필터를 통해 살짝 변형되는 거죠. 말하는 고양이와 금화가 든 항아리와 같은 동화적 요소들이 부패한 사업가나 공업 폐기물과 태평스럽게 같은 자리를 공유하고 있는 거예요.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화풍으로 순진한 인물들이어서 이런 설정이 그렇게 튀지도 않는답니다.

미노스와 티베 (칼 홀란더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션)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인물은 역시 주인공 미노스입니다. 미노스는 한마디로 '캣우먼'인데, 슈미트의 원작이나 영화는 '사람이 된 동물'이라는 소재를 심각하게 파는 대신 고양이 이미지와 젊은 여성의 이미지를 재치있게 결합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초록색 수트를 입고 조그만 초록 가방을 든 미노스의 깔끔한 모습부터 그래요. 우리가 '사람이 된 동물'에게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날렵하고 정갈한 느낌은 고양이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죠. 여기에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생선이나 흔들리는 열쇠에 정신을 못차리고 쬐끄만 강아지에도 질겁하고 여전히 커다란 종이 상자를 침대로 삼는 미노스의 고양이 버릇이 추가되면 결과는 정말 유쾌하답니다.

영화는 비교적 무리없이 원작의 동화적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전 특히 지붕 장면에 사용되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복고적인 분위기와 무대가 되는 네덜란드 소도시의 아기자기함이 좋았습니다. 아마 미국과 같은 덩치 큰 나라가 무대였다면 이런 분위기가 안났을 거예요. 스토리상 당연히 등장하게 되는 수많은 말하는 고양이들도 아주 잘 사용되었습니다. 연기도 잘되었고 특수 효과도 적절하군요. 카리스 판 하우텐은 거의 완벽한 미노스이고 다른 배우들도 역에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런 종류의 동화들이 영화로 옮겨질 때 종종 당하는 탈색 과정을 겪는데,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닙니다.

안니 M.G. 슈미트와 어린이 영화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에 따라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은 차이가 날 겁니다. [미노스]는 어린이 영화에 무작정 따분함을 느끼는 관객들이나,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이 그대로 스크린 위에서 재현되길 바라는 안니 M.G. 슈미트 순수주의자들을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건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정말 귀여워요. (02/07/12)

DJUNA

기타등등

1. 카리스 판 하우텐은 이 영화 이후 역시 안니 M.G. 슈미트의 원작을 각색한 무대 뮤지컬 [폭스트로트]의 주연을 맡았다고 하는군요.

2. 비비역의 사라 바니르는 어쩜 그렇게 어렸을 적 미셸 트라첸버그랑 닮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