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주연
미라 소비노....수잔 타일러
Mira Sorvino....Susan Tyler
제레미 노덤....피터 만
Jeremy Northam....Peter Mann
알렉산더 굿윈....추이
Alexander Goodwin....Chuy
지안카를로 지아니니....매니
Giancarlo Giannini....Manny
찰스 더튼....레너드
Charles Dutton....Leonard
조쉬 브롤린....조쉬
Josh Brolin....Josh
알릭스 코럼재이....레미
Alix Koromzay....Remy
F. 머레이 에이브러햄....게이츠 박사
F. Murray Abraham....Dr. Gates

[미믹]은 대충 두 갈래의 진부한 영화 만들기가 수렴된 결과입니다. 스토리는 50년대 돌연변이 괴물 영화를 따르고 있고 테크닉과 특수효과는 [에일리언 2] 이후 쏟아져 나온 괴물들을 따르고 있지요.

늘 하는 말이지만, 이 장르에서 소재의 진부함은 죄가 아닙니다. 능력이 있는 장르 작가들이라면 오히려 이 진부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존 세일즈가 각본을 쓴 [하울링]이나 [앨리게이터], [피라냐]와 같은 영화들은 모두 뻔한 구식 호러 영화의 공식들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나름대로 멋이 있는 작품들이었죠.

[미믹]의 제작진이 그 구식 트릭을 의식적으로 따르려 했다는 것은 영화를 슬쩍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유전자 공학으로 부풀려진 바퀴벌레 자체가 방사능으로 부풀려진 돌연변이 괴물의 최신 버전입니다. 게다가 각본 윤색가의 명단엔 존 세일즈도 끼어있네요.

그렇다면 결과는? 글쎄요. 아이디어는 꽤 좋습니다. 아마 돌연변이 괴물을 다룬 영화들 중 가장 그럴싸한 과학적 핑계를 가진 영화일 겁니다. 아마 원작자인 도널드 월헬름의 공이 더 크겠지만요. 여전히 괴물 바퀴벌레는 그 거대한 몸으로 '날아다니지만' 그래도 허파라는 걸 달고 있으니(참으로 편리한 수렴진화죠?) 적어도 그 큰 덩치가 대충이나마 설명되는 셈입니다.

영화 제목의 핑계가 되는 '의태'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충분히 차별화될 수 있고 으시시하기도 합니다. 비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결합은 언제나 섬뜩한 법입니다. 게다가 '의태'는 변신 외계인이나 로봇보다 더 그럴싸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각본이 이 모든 것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의태' 아이디어만 해도 잘만 다룬다면 아주 강한 충격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를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진행시키는 통에 그런 가능성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충격만 사라진 게 아니라 제목까지 당위성을 상실해버렸죠. 주인공들을 폐소공포증을 일으키는 좁은 공간에 가두고 괴물들과 싸우게 하는 방식도 이미 다른 영화들이 단물을 다 뽑은 방식이라 별로 차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종 액션을 둘로 나누어 분산시키는 통에 클라이맥스도 약하고요.

그래도 기예르모 델 토로는 영화를 꽤 흥미진진하게 끌어갑니다. 가끔 지나치게 어두워서 액션이 그림자 속에 묻혀 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그려내는 지하의 세계는 인상적입니다. 그의 전작인 [크로노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묘한 분위기가 이 영화에도 스며 있습니다. 자폐증 환자인 소년 츄이와 매니의 관계, 어둠을 그려내는 방식, 괴물의 '얼굴'과 같은 것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군요. 만약 그가 주제에 좀더 집중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확장시키는 쪽으로 중심을 돌렸다면 '무서워라, 유전 공학!' 류보다 훨씬 나은 영화가 나왔을 겁니다.

지금도 나쁘지는 않군요. 별 셋이 그렇게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99/01/30)

D&P

기타등등

1. 이 영화가 [다크 스피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다는 소문이 있죠. 본 사람들 말을 들어 보면 [미믹]이 맞는 것 같은데 본 적이 없어서 확인은 못하겠습니다. 저희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신비스러운 방식으로 사라져 버렸더군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2. 국내에서 광고 카피로 삼은 '세기말 대예언 적중, 이것이 현실이 아니길!'은 지나치게 허풍스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 영화가 가진 소박한 구식 공포 영화의 느낌을 뭉개버리고 거창한 재난 영화로 치장을 해놨으니 좋은 카피는 아니죠. 많은 관객들이 그 카피를 보고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갔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