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크 리베트 Jacques Rivette

주연
제인 버킨....에밀리
Jane Birkin....Emily
제랄딘 채플린....샬롯
Geraldine Chaplin....Charlotte
장 피에르 칼퐁....클레망 로크모르
Jean-Pierre Kalfon....Clémont Roquemaure
앙드레 뒤솔리에....폴
André Dussollier....Paul
이자벨 리나르츠....베아트리스
Isabelle Linnartz....Béatrice
상드라 몽타구....엘레오노르
Sandra Montaigu....Eléonore
라즐로 자보....비르질
László Szabó....Virgil
에바 롤랑....아드리아나/쥐스틴느
Eva Roelens....Adriana/Justine
파쿤도 보....실바노
Facundo Bo....Silvano

에밀리, 샬롯, 폴

영화는 잘 차려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인솔자를 따라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며 시작됩니다. 그들이 들어가자 구경꾼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두 남녀가 키스를 나누기 시작하죠. 마치 귀신 영화의 도입부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은 배우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아파트 내를 무대로 삼아 연극을 하고 있었던 거죠.

연극이 끝나자 배우들은 이 연극의 원작자인 클레망 로크모르의 방문을 받습니다. 연극을 재미있게 봤다고 칭찬한 그는 자신이 새로 쓴 코미디에 같은 형식을 도입하고 싶어하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리허설을 시작한 배우들은 그들이 연기하는 내용이 바로 얼마 전에 클레망과 그의 마술사 친구 폴에게 정말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삼각 관계를 만들었던 여자인 베아트리스는 아직까지 실종된 상태였고요.

매혹적이고 무척이나 리베트적인 도입부지요. 크고 신비스러운 저택 안에서 허구와 사실이 만나고 그 경계선은 마술에 의해 붕괴되는 거예요. 신비스러운 저택에서 두 여자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담이라는 설정은 리베트의 히트작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와 비슷한데,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전작의 2편 정도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지상의 사랑]은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보다 직설적입니다. 사실 너무 직설적이라 무언가를 숨길 구석이 별로 없지요. [셀린느와 줄리]에서는 막연하고 초현실적인 은유였던 것이 [지상의 사랑]에서는 진짜 연극으로 바뀌었습니다. 삶과 예술, 현실과 마법이라는 영화의 주제들은 다소 모호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셀린느와 줄리]보다 덜 재미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설정이 모두 펼쳐지면 정작 두 편의 연극 공연 사이엔 할 이야기가 별로 없는 거죠. 영화의 러닝타임은 리베트의 작품치고는 비교적 짧은 편인 125분인데, 영화의 호흡은 굉장히 느립니다. 에밀리, 샬롯, 클레망, 폴의 사각관계도 생기가 없고요. 드라마가 맥없이 덜컹거리는 동안 설정과 개념만 빛나는 거죠.

[지상의 사랑]은 근사한 서곡과 종곡이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특징없는 이야기가 샌드위치처럼 싸고 있는 듯한 영화입니다. 주제나 약속을 더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하거나 영화를 더 짧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양끝이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군요. (05/01/10)

DJUNA

기타등등

제인 버킨과 제랄딘 채플린은 모두 영어권 배우이고 캐릭터들도 영어권 출신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들은 둘만 있을 때도 영어를 쓰는 법이 거의 없죠. 자기네들의 불어 실력에 굉장히 자신이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