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천세환

주연
박진희....희원
연정훈....지훈
오윤아....현주
조미령....선희
하하....동선
최성욱....한준석

지훈과 희원

일 년에도 수십만 개씩 만들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홍수 속에서 [연애술사]가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건 두 가지입니다. 마술과 몰래 카메라지요.

우선 마술. 남자주인공 지훈은 마술사입니다. 그것도 바람둥이 마술사죠. 감이 잡힙니다. 직업 기술을 이용해 여자들에게 온갖 이벤트를 벌이면서 작업을 하는 거죠.

다음은 몰래 카메라. 한참 잘 나가던 지훈은 자기가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린 옛 여자친구 희원과 함께 모텔에서 한 섹스가 그대로 녹화되어 인터넷에 떠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시 재회한 둘은 몰래 카메라의 범인을 잡으러 나서죠.

차별화 도구가 둘이나 되니, [연애술사]의 시작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그러나 괜찮은 건 아이디어의 숫자 뿐입니다. 영화는 이 둘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아요. 연애술사라는 말만 멋있지, 지훈의 직업은 후반부의 마술쇼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존재이유가 없습니다. 몰래 카메라 범인을 쫓는 둘의 행각도 영 엉성합니다. 어떻게 잡을 건지, 잡은 뒤에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요. 러닝타임이 조금 흐르면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열의도 사라져 버리고요.

넉넉하게 남은 빈시간은 뻔하디 뻔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들이 채웁니다. 뻔할 뿐만 아니라 설득력도 별로 없어요. 심리묘사가 안이하고 헐겁거든요. 쿨하고 싶은 대사들 역시 위트없이 투박하기만 하고요. 그런 걸 쿨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진함이 귀엽다면 귀여울 수도 있겠지만.

[연애술사]는 한 마디로 게으른 영화입니다. 괜찮은 소재들이 주어지면 쓰란 말입니다. 마술과 몰카가 소재라면 그걸 가지고 해결할 문제들을 만들고 그 위에 슬랩스틱과 액션을 쏟아부으란 말이에요. 그것들을 그냥 양손에 들고 우두커니 서서 뭐하는 거랍니까? (05/05/11)

DJUNA

기타등등

후반부에 지훈이 희원을 무대로 불러내 하는 마술은 사실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죠. 숙련된 조수의 장단이 필수적인 마술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