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댄 제프 Dan Zeff

주연
제미나 루퍼....아만다 프라이스
Jemima Rooper....Amanda Price
엘리엇 코원....다시 씨
Elliot Cowan....Mr Darcy
젬마 아터튼....엘리자베스 베넷
Gemma Arterton....Elizabeth Bennet
휴 보너빌.....베넷 씨
Hugh Bonneville....Mr. Bennet
루비 벤탈....메리 베넷
Ruby Bentall....Mary Bennet
플로레스 호스....키티 베넷
Florence Hoath....Kitty Bennet
퍼디타 윅스....리디아 베넷
Perdita Weeks....Lydia Bennet
모븐 크리스티....제인 베넷
Morven Christie....Jane Bennet
알렉스 킹스턴....베넷 부인
Alex Kingston....Mrs. Bennet
톰 마이슨....빙리 씨
Tom Mison....Mr Bingley
크리스티나 콜....캐롤라인 빙리
Christina Cole....Caroline Bingley
미셸 덩컨....샬롯 루카스
Michelle Duncan....Charlotte Lucas
톰 라일리....위컴
Tom Riley....Wickham
린지 덩컨....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
Lindsay Duncan....Lady Catherine de Bourgh
가이 헨리....콜린즈 씨
Guy Henry....Mr Collins

아만다와 다시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는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된 제인 오스틴 사골국 끓이기의 극한입니다. 발표된 장편 소설들을 몽땅 영화와 미니 시리즈로 각색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제인 오스틴이 주인공인 가짜 제인 오스틴 영화와 제인 오스틴 소설들을 읽는 미국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만들었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오만과 편견]의 독자가 직접 책 속에 뛰어들어 책에서 일어난 사건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내용의 미니 시리즈를 만들어요?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이 그린 라이트를 받은 걸 보면 정말 이런 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미니 시리즈의 기본 설정은 위에 언급된 그대로입니다. 주인공 아만다 프라이스는 제인 오스틴, 그 중 [오만과 편견]에 푹 빠져 있는 평범한 21세기 영국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만다는 자기 집 다락방에 소설 속 베넷 집안의 저택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마법의 통로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미 그 사실을 알아낸 엘리자베스 베넷은 현대 세계로 넘어왔고 아만다는 얼떨결에 엘리자베스 대신 그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만다는 어떻게든 베넷가의 운명을 소설에 나오는 것과 일치시키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부재와 자신의 존재가 엄청나게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이 시리즈가 가장 재미있을 때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인공들이 소설 속에 나온 것과 전혀 다른 식으로 행동할 때입니다. 아만다가 개입되고 나서 시리즈에서는 오스틴의 소설에서 나오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납니다. 제인은 콜린즈와 결혼하고 샬롯은 아프리카로 떠나고 리디아는 위컴과 떠나는 대신... 그리고 그러는 동안 아만다는 제인 오스틴이 소설이 완전히 밝히지 않은 또다른 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캐롤라인 빙리, 위컴, 조지아나는 모두 오스틴이 우리에게 들려준 것과는 다른 사람들이에요. 이 변수는 일종의 SF적인 게임으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만든 사람들은 이런 변수보다는 아만다와 다시의 연애에 더 집중을 합니다. 논리가 맞긴 하죠. 이 시리즈의 주 시청자는 피츠윌리엄 다시와 사랑에 빠진 독자들일 테니, 그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이건 두 가지 이유로 그렇게 잘 먹히지는 않습니다. 우선 우리가 다시를 좋아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그가 엘리자베스 베넷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이 사라지면 그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죠. 그리고 아무리 판타지를 섞어 변주를 주어도 아만다와 다시의 로맨스는 제인 오스틴 원작의 흐릿한 모방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뒤틀려고 해도 원작보다 나아지지가 않아요. 패러디임에도 불구하고 원작보다 어둡고요.

시간 여행의 개념이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불만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전 엘리자베스 베넷이 21세기 현대 사회에 쉽게 적응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과연 그 반대도 가능할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아무리 다시가 옆에 있고 펜벌리 저택에 살 수 있다고 해도 현대 사회의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태도는 리전시 시대의 구강 위생법에 대해 상세한 묘사를 하는 시리즈의 태도와도 어긋나요.

그래도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는 한 번 놀아볼만한 계획입니다. 단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그 자체로 설 힘도 없고 여전히 백 번은 우려낸 사골처럼 보이지요. (08/09/16)

DJUNA

기타등등

1. 다시를 연기한 엘리엇 코원에 대해선 특별한 불만이 없는데, 그가 특정 장면에서 콜린 퍼스의 흉내를 낼 때는 많이 민망하고 딱하더군요.

2. 우리나라에서는 어제 전편이 논스톱으로 방영되었지만 아직 영국에서는 앞의 두 에피소드밖에 방영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