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구성주

주연
고두심....어머니
손병호....큰 아들
김예령....큰 며느리
김유석....둘째 아들
이혜은....큰 딸
박원상....큰 사위
반민정....둘째 딸
채정안....막내 딸

막내 딸과 어머니

[엄마]의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어지럼증을 앓는 노모가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산을 넘는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이야기의 모델이 되었다고 해요. 이 영화에서 고두심이 연기한 어머니는 막내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목포까지 3박4일의 긴 도보여행을 떠납니다. 어딘지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연상시키긴 하는데, 둘 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이니 쩨쩨하게 따질 필요는 없겠죠.

[엄마]의 설정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독특한 장애와 그 장애를 극복하는 그만큼이나 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운 로드 무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죠. 자동차로는 몇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80킬로미터라는 거리가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이 속해있는 가족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거창한 오디세이의 무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은 언제나 함정입니다. 설정을 세워놓는 것만으로 영화 반을 다 만든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거죠. 설정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 설정을 채울 재료들이 필요해요. 그리고 아무리 설정이 좋다고 해도 그 재료가 허접하면 영화는 주저앉고 맙니다.

[엄마]에서는 그 재료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영화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모두 시도하고 있는데 둘 다 그냥 그렇습니다. 코미디는 지나치게 힘을 준 것 같아 보기가 불편하고 효과도 떨어집니다. 드라마는 얄팍한 캐릭터 묘사와 전형적인 사건 전개 때문에 인공적이라는 느낌만 들고 가끔 사용되는 초자연적인 설정은 그냥 먹히지 않습니다. 보다보면 정말 체질이 아닌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엔 '엄마'와 '모성'이라는 단어들에 지나치게 매달린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합니까? 아무리 우리의 주인공이 반평생 넘게 '어머니'라는 명칭을 달고 다녔어도 그것만으로 그 사람의 삶이 다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만약 작가/감독이 조금만 더 노력을 했다면 여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라는 이름 속에 갇혀 있던 생생한 개성을 가진 한 사람을 끌어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천만에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이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사모가로 우리의 주인공을 묶어놓습니다.

[엄마]는 능력있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을 긁어모은 것만 해도 중간은 가는 영화입니다. 솔직히 황정순 같은 배우들이 나오는 60년대 충무로 영화 풍의 낡은 느낌도 꽤 귀엽긴 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05/03/25)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먼 길]이었지요. 새 제목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