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세 다양 Josée Dayan

주연
제라르 드파르디외....에드몽 당테스/몬테 크리스토 백작
Gérard Depardieu....Edmond Dantès/Le Comte de Monte Cristo
오르넬라 무티....메르세데스
Ornella Muti....Mercédès
장 로쉬포르...페르낭 몬데고, 모르세르프 백작
Jean Rochefort....Fernand Mondego, Le Comte de Morcerf
피에르 아르디티....빌포르
Pierre Arditi....Villefort
미셸 오몽....당글라르
Michel Aumont....Danglars
롤랑 블랑쉬....카드루스
Roland Blanche....Caderousse
세르지오 루비니....베르투치오
Sergio Rubini....Bertuccio
스타니슬라스 메라....알베르 드 모르세르프
Stanislas Merhar.... Albert de Morcerf
플로랑스 다렐....카미유 드 라 리샤르데
Florence Darel....Camille de la Richardais
조르쥬 무스타키....파리아 신부
Georges Moustaki....Abbé Faria
줄리 드파르디외....발랑틴 드 빌포르
Julie Depardieu.... Valentine de Villefort
크리스토퍼 톰슨....막시밀리앙 모렐
Christopher Thompson....Maximilien Morel
이네스 사스트르....하이데
Inés Sastre....Haidée
기욤 드파르디외....젊은 에드몽 당테스
Guillaume Depardieu....Young Edmont Dantès

[몬테 크리스토 백작] 이야기는 다 알고 계시겠고... 우선 원작과 미니 시리즈 사이의 차이점부터 언급하죠. 꽤 많습니다.

1. 에드몽 당테스 역을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에 나오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우리가 아는 날씬한 미남이 아니라 우락부락하고 험악하게 생긴 덩치 큰 남자란 말이죠. 이 배우의 기용은 어쩔 수 없이 캐릭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 시리즈의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보다 덜 완벽하고 덜 귀족적이며 보다 쉽게 감정에 휩싸입니다.

2. 백작의 연애담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원작에서 백작은 알리 파샤의 딸 하이데와 맺어집니다. 하지만 시리즈에서 백작은 원작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카미유 드 라 리샤르데라는 과부와 연애를 하다가 메르세데스에게 돌아갑니다.

3. 캐릭터의 비중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백작의 집사인 베르투치오는 원작보다 훨씬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원작의 자코보와 베르투치오를 합친 듯한 인물로, 백작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고 그의 오른손처럼 행동합니다. 반대로 원작에서는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하이데와 파리아 신부는 극도로 축소되었습니다.

4. 원작의 환상적인 설정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몬테 크리스토의 지하 궁전은 등장하지 않으며 선원 신드바드 이야기도 없습니다.

5. 다른 설정도 바뀌었습니다. 당그라르 남작에게는 딸이 없습니다. 따라서 안드레아 카발칸디 결혼 음모 역시 존재하지 않지요. 심지어 이 시리즈에서 빌포르의 아들은 이름도 베네디토가 아닙니다. 베르투치오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이고요. 당그라르 남작 부인의 두번째 불륜 역시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원작보다 훨씬 나이 든 사람인 빌포르 부인에게도 아들이 없고요.

5. 스토리의 흐름 역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시리즈는 샤토 디프에서 시작되어 예전의 이야기를 회상으로 처리합니다. 당테스는 샤토 디프에서 탈출한 뒤 고향집으로 돌아가지만 [레미제라블]의 장 발장처럼 귀찮은 경찰들에게 신분증을 요구 받습니다. 한창 고초를 겪은 뒤에야 그는 죈느 아멜리 호의 선원이 되는데, 그 사람들도 원작만큼 좋은 사람들이 아니어서 나중에 당테스를 다시 팔아넘기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그 뒤의 이야기도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카미유 드 라 리샤르데 부인의 삽입과 결말이지만 그 밖에도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백작을 소개하는 에피소드인 선원 신드바드 에피소드는 완전히 사라졌고 루이지 밤파 에피소드는 순전히 백작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되지요. 이 각색이 이처럼 낯설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백작 시점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변형이 이루어졌을까요? 전들 알겠습니까. 하지만 대충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배경에 깔려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이 작품은 보다 '사실적'이고 '그럴싸해'지려고 했습니다. 선원 신드바드 이야기가 사라지고 하이데 이야기가 축소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당시 '역사'에 스토리를 보다 밀접하게 끼워맞추려고 시도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만큼이나 당시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삽입되었지요. 낙태 혐의로 체포된 여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빌포르가 나중에 자기 아들을 생매장시키려던 범죄로 백작에게 고발당하는 장면, 당테스가 탈옥 후에 겪는 [레미제라블] 풍의 수난, 계급 문제와 공포증을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변형된 모르세르프 백작의 귀족원 연설... 끝도 없습니다.

3. 믿거나 말거나 덜 '통속적'이 되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입니다. 환상적인 면이 사라진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결정적인 복수 장면들이 주는 통속적 쾌락을 줄인 흔적도 보입니다. 백작이 원작보다 훨씬 덜 호사스러운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겠지요.

4. 백작의 내면을 보다 깊이 파해치려고 한 느낌도 강합니다. 백작 시점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시리즈는 1년의 복수 과정 중 백작이 느꼈던 갈등을 모두 보여주려 합니다.

그 결과는? 지루하기 짝이 없고 알맹이도 없는 8부작 미니 시리즈가 하나 나왔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가 뭡니까? 초인적인 주인공이 벌이는 아찔한 복수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화끈한 대리 충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게 핵심이며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입니다. 여기에 뭔가 더 있다고 생각하거나 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일차로 관객들을 배반하는 것이며, 이차로 예술적인 기형아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당시 역사와 사건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도 웃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좋아요. 제르베즈 사건으로 당시에 낙태라는 범죄가 험악하게 처벌되었다는 것은 알겠군요. 그런데 그게 우리에게 뭔가 대단히 새로운 정보나 관점을 제공해줍니까? 드라마에 새로운 차원을 제공해주나요?

더 서글픈 것은 이런 시도가 원작에서는 생생하게 살아있던 캐릭터들을 평면적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알베르 드 모르세르프입니다. 원작에서 그는 아주 호감가고 개성넘치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그는 계급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얄팍한 남자의 캐리커쳐에 불과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건 시리즈가 캐릭터들을 속해있는 계급에 따라 재배치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시리즈 속의 알베르는 죽어도 그 계급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처절한 예를 하나 들어보죠.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결투 증인으로 막시밀리앙과 베르투치오를 증인으로 내세우자 이 친구는 이렇게 말하죠. "상인과 하인? 나를 모욕하는 겁니까?" 원작의 알베르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사이고 한창 역동적인 시대를 살았던 신흥 귀족의 아들이 쉽게 내뱉을 소리도 아닙니다. 막시즘 교과서에서나 나올 허공 중에 뜬 대사일 뿐이죠.

이런 재배치는 19세기 프랑스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살았던 뒤마가 원작에 그려넣은 입체적인 사회 묘사에 한참 떨어지며 실속도 없습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물론이고요.

백작의 내면을 그리려는 시도 역시 바보스럽습니다. 그 남자 뱃속에 뭐가 그렇게 복잡한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애써 파내려 합니까? 이런 식의 시도는 원작이 가진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가 백작의 동기는 알고 있지만 그의 계획은 완전히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니까요.

더 짜증나는 것은 뻔뻔스럽게도 이 시리즈가 관객들의 대리 충족을 일부러 쫓아낼 때입니다. 마치 그런 걸 즐기는 사람들은 싸구려 취향의 속물이라고 관객들 앞에서 대놓고 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나온 [몬테 크리스토 백작] 각색물 중 가장 통속적인 결말을 선보였으니 위선이 극을 달리는 것이죠.

의도적인 범죄 역시 이렇게 난무하는데, 태만과 능력 부족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도 많습니다. 조세 다양의 연출은 한마디로 밋밋해요. 포르테도, 피아노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감동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냉소적인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스타일은 도대체 어떻게 봐주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각색 역시 문제가 많은 건 마찬가지. 아무리 제라드 드파르디외 기용이라는 핸디캡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도입부가 엉망인 각색은 없었습니다. 파리아 신부가 이처럼 무시된 것은 이해할 수가 없고, 복수의 기초가 되며 드라마의 엔진이 되어야 할 배반이 그처럼 거칠게 처리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간 낭비 또한 대단합니다. 이들이 이처럼 방만하게 굴지 않았다면 시리즈는 훨씬 박진감 넘쳤을 거고 들어갈 이야기도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두 배나 되는 러닝 타임을 멋대로 낭비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체임벌린이라면 같은 복수를 4번 반복해도 시간이 남았을 겁니다.

배우는?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좋은 배우지만 미스 캐스팅이라는 한계에 걸립니다. 그는 나름대로 독자적인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구축하지만 역시 원작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는 평범해 보이고 스토리나 설정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기능적인 문제 역시 있습니다.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절대로 '변장의 명수'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지요. 그 덕에 그의 변장 장면은 우습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큰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각본이 좋은 캐릭터들을 죽여버렸으니 배우 탓이 아니지요. 그들은 대부분 기계 장치가 된 마네킹처럼 어그적거리며 돌아다닐 뿐입니다.

그래도 간신히 구제받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베르투치오 역의 세르지오 루비니나 카미유 드 라 리샤르데 역의 플로랑스 다렐은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인물을 연기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는 살아있다는 느낌입니다. 메르세데스 역의 오르넬라 무티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젊은 시절의 천박한 느낌이 싹 가셔 훨씬 멋져 보였고 캐릭터의 열정도 꽤 많이 남긴 편이었어요. 그리고... 네, 몇 장면 나오지 않았지만 이네스 사스트르를 다시 본 것 역시 좋았답니다.

세상엔 수많은 [몬테 크리스토 백작] 각색물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비슷비슷한 각색물들이 난무하는 지금, 자유스러운 각색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러나 이 각색물이 그런 자유를 충분히 활용한 작품일까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고 해야겠군요. (00/11/17)

DJUNA

기타등등

1. 시리즈가 방영되는 동안 정음사 번역본 세 권을 꺼내 다시 읽었습니다. 1600 페이지가 초음속으로 후닥닥 지나가더군요.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이렇게 지루하게 만들어놨으니 그것도 재주예요...

2. 케빈 레이놀즈가 할리우드에서 새 [몬테 크리스토 백작]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