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아론

주연
양은용....김수진
이찬영....박철웅
안지혜....이미라
정인기....임선종
김강산....황철민
민수현....백정임
한철우....청부업자
오혜진....어린 수진
김태훈....이 순경
김영선....수진 모
김명식....이 팀장

수진

시나리오 작가 수진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화가를 가위로 찔러죽인 갤러리 직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각본을 쓰고 있습니다. 여자는 정당방위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수진은 그 사건이 정당방위를 위장한 계획살인이었다고 치고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지요.

여기서부터 시나리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노트북을 켜고 그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진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그 사건에 매달립니다. 마치 자기 자신이 탐정이고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진짜 목표인 것처럼요. 심지어 수진은 살인을 저지른 직원을 직접 만나서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냐고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수진에겐 사정이 있습니다. 수진이 쌓은 가설은 어느 정도 자신의 희망을 반영합니다. 수진은 어렸을 때 첼로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 이후의 트라우마도 상당합니다. 심지어 사기꾼임이 분명한 건달을 고용해 그를 청부살해할 생각까지 품고 있어요.

영화는 수진의 고통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그 이야기에 여러 개의 허구의 겹을 씌웁니다. 수진의 드라마는 종종 수진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라라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시나리오로 대체됩니다. 종종 수진의 대사는 사라지고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라라의 대사가 화면을 채우죠.(여기서 재미가 붙었는지 감독의 다음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에서도 비슷한 테크닉이 사용됩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수진이 쓰려고 시도하는 작품일 것입니다. 우린 여기서 벌어지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수진의 상상인지 끝까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 모든 것이 픽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영화적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크고요. 하지만 [라라 선샤인]의 경우는 그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게임 때문에 캐릭터의 고민과 고통이 어느 순간부터 관념적인 스테레오 타입에 빠지고 있단 말이죠. 종종 수진은 이 게임의 틀 안에 갇힌 죄수처럼 예측할 수 있는 행동만 반복합니다. 치기가 아이디어를 넘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도 꽤 많습니다. 하긴 첫 번째 장편 영화로 찍은 아트하우스 영화에서 이런 건 당연한 현상이겠습니다만. (09/10/08)

DJUNA

기타등등

전 정말 이 영화의 포스터가 싫습니다. 포스터는 관객들이 영화를 처음 만나는 창입니다. 그 만남을 꼭 다른 영화의 노골적인 인용으로 시작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