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르네 망조 René Manzor

주연
랑베르 윌송....브레낙
Lambert Wilson....Brennac
실비 테스튀....클로드
Sylvie Testud....Claude
프레데릭 디펜탈....마티아스
Frédéric Diefenthal....Matthias
미셸 두쇼소이....칼
Michel Duchaussoy....Karl
에두아르 몽토트....레
Edouard Montoute....Ray

클로드

2003년엔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여러 편 나왔는데, [미로]도 그 중 한 편입니다.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꽤 솔직한 편이라 처음부터 다중인격의 소재를 노출시키고 있지요. 그렇다고 반전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영화의 주인공 클로드는 다중인격자인 연쇄살인범입니다. 클로드의 머리 속에서는 아리아드네, 테세우스, 다이달로스, 미노타우르스와 같은 신화 속 이름을 가진 인격체들이 두뇌의 미로 속에서 방황하다 번갈아 튀어나오죠. 이 이름들은 나중에 클로드의 삭막한 어린 시절이 공개되면서 기원이 밝혀집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벨린저 스타일로 진행됩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정신과의사인 브레낙이 정신병원에 몇 달 째 구금되어 있는 클로드와 대면합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클로드가 체포되기 일주일 전부터 형사인 마티아스가 연쇄살인범을 추적합니다. 둘의 이야기는 물론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죠. 형식만 본다면 여러모로 [아이덴티티]와 비슷해요.

그러나 과연 감독 르네 망조가 이 반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영화의 반전이 너무나도 눈치채기 쉽고 단서들도 그만큼이나 노골적이기 때문입니다. [미로]는 단서가 되는 대사들 밑에 모두 밑줄을 친 추리소설 같습니다. 마티아스의 그림 취미나 그가 종종 꾸는 악몽, 아리아드네에게 얻어맞고 병원 침대에 묶인 브레낙의 모습과 같은 장면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진상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후반까지 어느 정도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관객들은 물론 다들 단서들을 제대로 읽었고 진상도 눈치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는 거죠. 클로드, 마티아스, 브레낙의 삼각 관계가 뭔가 더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아니랍니다. 영화는 관객들이 처음에 눈치챈 진상 이상은 품고 있지 않아요. 그 결과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자들로 과대포장한 선물 같습니다. 도대체 특별한 내용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 간단한 내용이면서 왜 그렇게 쓸데없이 이야기를 펼쳐놨는지 묻고 싶을 수밖에 없죠.

같은 해에 나온 다중인격 영화들 중 [미로]는 가장 못한 영화입니다. 전 태도를 물고 늘어지고 싶군요. 감독 르네 망조는 제대로 된 장르 영화를 만들만큼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저 장황하고 별다른 의미없는 수사법으로 이야기와 아이디어의 평범함을 커버하려 하고 있을 뿐이죠.

그래도 영화가 어느 정도 기본은 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 덕택입니다. 랑베르 윌송과 실비 테스튀의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특히 테스튀는 다중인격 살인마의 역을 꽤 즐기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과연 영화가 이 배우들에게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군요. (04/10/14)

DJUNA

기타등등

감독 르네 망조가 초반에 변호사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