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La Regina Della Notte (1972) * * *

감독
미켈레 폰조 Michele Ponzo

주연
차라 벨리니....보디세아 여왕
Chiara Bellini....Queen Bodicea
플라비오 자비콜리....마르쿠스
Flavio Javicoli....Marcus
존 머레이 해몬드....드라고
John Murray Hammond....Drago
레오폴도 피에로니....가이우스
Leopoldo Pieroni....Gaius
마리오 알티에리....폴리비우스
Mario Altieri....Polybius
베라 브란트....이솔다
Vera Brandt....Isolda
모니카 살레르노....시오라
Monica Salerno....Siora

마르쿠스
미켈레 폰조의 [밤의 여왕]은 모짜르트의 오페라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밤의 여왕'은 로마 제국과 정면 대결을 벌였던 이세니의 보디세아 (부디카) 여왕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보디세아 여왕의 전기물인 건 아닙니다. [밤의 여왕]은 전통적인 뱀파이어 물에 가까워요. 단지 배경이 로마 점령 당시 영국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내용은 이렇게 됩니다. 서기 4세기 말. 북부 야만인들과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인 로마 군대가 노포크의 폐허에 야영하게 됩니다. 병사들이 한 명씩 주변에 감도는 음침한 분위기에 매혹되어가는 동안 폐허에서는 키 큰 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 그들을 유혹해요. 한 명씩 사라졌다 나타난 병사들은 은근히 행동이 이상하고요. 결국 이들은 모두 보디세아 여왕의 유령이 지배하는 좀비/뱀파이어들임이 밝혀지고, 곧 얼마 남지 않은 멀쩡한 병사들과 좀비들의 피튀기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밤의 여왕]에서 재미있는 건 장르 혼합적인 특성입니다. 이 영화에는 로마 사극과 해머식 뱀파이어 영화가 섞여 있지요. IMDb의 어떤 사용자는 'Attack of the Toga Vampires!'라고 놀려대더군요. 실제로 이 영화에 토가가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요.

이 조합은 보기만큼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억지로 끼워맞춘 게 아니에요. 이 영화에서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결은 로마 제국이 대표하는 서구 문명과 보디세아 여왕이 대표하는 토착 문화의 충돌로 그려집니다. 이 갈등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데, 그건 영화가 진행되면서 '문명'의 상징 노릇을 하는 로마 제국이 저지른 끔찍한 악행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 절정은 보디세아 여왕의 두 딸들이 로마 병사들에게 무참하게 강간당하는 회상 장면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몇 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 장면이 끝나면 다들 당해도 싸다는 생각만 들어요.

하지만 영화의 선악구분은 그렇게 분명한 편은 아닙니다. 보디세아 여왕은 여전히 괴물이고 살해당하는 로마인들도 악당들과 선인들이 섞여 있는 평범한 남자들의 무리예요. 그 때문에 학대받고 모욕당한 과거의 유령들이 쇠락해가는 제국의 병사들을 가차없이 학살하는 영화의 설정은 은근히 묵시록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의 스타일도 설득력이 있는 편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에 고대 도시의 폐허에서 한 명씩 살해당하는 로마 병사들과 그들이 변신한 좀비들은 그럴싸해요. 더 괜찮은 건 차라 벨리니가 연기한 보디세아 여왕과 두 딸들이지만요. 빨간색 사자 머리 가발이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들긴 하고 엄마와 딸들 나이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다들 근사한 괴물들이에요. 덤으로 말한다면, 다들 거의 옷을 입지 않고 나온답니다. 뭐, 설정에 충실한 것이겠죠. :-P (06/03/31)

DJUNA


기타등등

70년대에 만든 이탈리아 영화치고는 은근히 영어 더빙이 괜찮습니다. 사극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