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튜어트 고든 Stuart Gordon

주연
크리스 맥케나....숀 크로울리
Chris McKenna....Sean Crawley
카리 울러....수잔 가틀리
Kari Wuhrer....Susan Gatley
대니얼 볼드윈....레이 매튜스
Daniel Baldwin....Ray Mathews
조지 웬트....듀크
George Wendt....Duke
팀 샤프....조지
Timm Sharp....George
론 리빙스턴....에릭 가틀리
Ron Livingston....Eric Gatley
버논 웰즈....베켓
Vernon Wells....Beckett
라이오넬 마크 스미스....칼
Lionel Mark Smith....Carl
칼리 웨스터먼....케이틀린 가틀리
Carlie Westerman....Catlin Gatley
스티브 헬러....게리
Steve Heller....Gary

숀

아무런 정보없이 [개미들의 왕]을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스튜어트 고든의 최신작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겁니다. B급 영화의 판타지 세계를 떠돌던 남자가 만든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이 제거되어 있으니까요. [개미들의 왕]은 스튜어트 고든의 작품들 뿐만 아니라 최근 나온 대부분의 B급 액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하드보일드한 작품입니다.

찰리 힉슨이 쓴 동명 소설을 작가 자신이 각색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숀 크로울리라는 평범한 젊은이입니다. 남의 집 벽이나 칠해주면서 먹고 사는, 그렇게까지 똑똑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젊은이에게 어느 날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오죠. 시청에서 일하는 회계사를 미행해달라는 것 말이에요. 늘 한 번 이런 식의 일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덜컥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났을 때, 그는 그 회계사를 죽여달라는 살인청부까지 받아들이죠. 문제는 그 뒤부터 쌓이기 시작합니다. 살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 것이 아니었어요. 숨긴 서류를 찾기 위해 의뢰인과 일당들이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고요. 게다가 그는 자기가 죽인 회계사의 아내 수잔을 사랑하고 있었답니다. 예측하셨겠지만 영화는 자연스럽게 폭력적인 복수극으로 연결됩니다.

고든은 이 피투성이 이야기를 아무런 장르적 장치없이 냉정하게 끌어갑니다. 음악은 최소한으로 사용되고 핸드핼드 카메라와 잔재주없는 조명으로 그려지는 LA의 산문적인 세계는 너무나도 건조합니다. 이 지루한 세계 속에서 그려지는 무자비한 폭력은 강도가 아닌 비인간성과 일상성 때문에 더 무섭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정한 부분은 주인공 숀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영화는 숀을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하려 하지 않아요. 그는 구제불능의 얼간이입니다. 결코 선량한 인물도 아니고요. 그가 수잔에게 품고 있는 욕망은 뻔뻔스러움을 넘어 야비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그에게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막판에 그가 벌이는 복수극은 분명 일종의 사디스틱한 충족감을 주긴 하지만, 폭력적인 카타르시스를 주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만족스러운 해결책도 아닙니다. 그는 호르몬이 부글거리는 유치찬란한 젊은 남자가 할만한 짓을 정의와 복수라는 핑계를 대고 아무런 제한없이 합니다. 그 뿐이에요. 숀의 유치한 자기 중심적인 환상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치유되지 못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는 그런 매정한 사실성 때문에 고든식 초현실주의로 귀환합니다. 의뢰인 매튜스 패거리에게 고문당하는 숀이 경험하는 끔찍한 환상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노골적인 예겠지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숀이 사명을 찾았다고 믿는 후반부도 일종의 초현실적 악몽 또는 몽상입니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해도요.

[개미들의 왕]은 수퍼 히어로 만화와 팻 오코너의 [칼]을 멋대로 결합한 듯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수퍼 히어로 영화의 폭력적 쾌락도 없고 [칼]의 멜로드라마도 없죠. 있는 건 더럽고 불쾌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혐오스러운 폭력들 뿐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 이 영화가 최근 스튜어트 고든이 만든 작품들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고요. 물론 다시 볼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답니다. (04/06/01)

DJUNA

기타등등

힉슨의 원작 소설은 무대가 영국입니다. LA로 바꾼 게 잘한 것 같아요. 훨씬 더 야비하고 천해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