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시타니 고로 Gorô Kishitani

주연
우에노 주리....히로코
Juri Ueno....Hiroko
키무라 요시노....후쿠코
Yoshino Kimura....Fukuko

후쿠코와 히로코

어디서 뭘해도 꼴찌만 하는 히로코는 드디어 운 좋게 스펙 그럴싸한 남자를 하나 잡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식이 있기 바로 전날에 변태 스토커인 집주인이 히로코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는 거죠. 순전히 실수였지만 이 때문에 결혼식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히로코는 시체를 가방에 넣고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만 숨겨두기로 합니다. 하지만 훔친 차에 시체를 싣고 산길을 달리던 히로코는 죽고 싶지만 아무리 해도 죽지 않는 후쿠코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후쿠코는 시체를 은닉하게 도와줄 테니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걸하죠.

노골적인 블랙 코미디 설정이죠. 시체와 그를 둘러싼 온갖 범죄들이 난무하는데 주인공은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착하고 예쁘장한 젊은 여자란 말입니다. 아무런 해 없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할 사람이 이 미친 상황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블랙 코미디 아니면 다룰 방도가 없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이라는 영화가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는 거죠.

얼핏보면 이 영화는 굉장히 과격해 보입니다. 뮤지컬, 게임, 스릴러, 코미디, 호러가 난무하는 말도 안 되는 잡탕이고 그 연결성 따위엔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가 설정의 끝을 보는 막 가는 영화인가? 그건 아니란 말입니다.

오히려 영화는 굉장히 안전해요. 장르 혼합의 게임도 코미디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그리고 실험적으로 보이지 않고 과격함을 의도한 농담들도 지나치게 농담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어서 맥이 풀리죠. 그렇다고 영화가 살인과 자살, 시체은닉이라는 소재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느냐. 그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일본식 감상주의를 극도로 밀어붙이는 결말은 그냥 어색할 뿐이에요. 물론 여러분은 이 밝고 감상적인 면과 어두운 소재에서 일종의 대비의 미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냥 이것이 일본 내수용 장르 영화가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계산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순진맹충한 우에노 주리는 귀엽고 과격하고 무시무시한 키무라 요시노도 좋은 짝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로 괜찮은 연기를 하기엔 영화가 너무 물렁물렁하군요. (09/10/23)

DJUNA

기타등등

아무리 코미디라도 변태 스토커 집주인의 에필로그는 그냥 말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