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노라 에프론 Nora Ephron

주연
메릴 스트립....줄리아 차일드
Meryl Streep....Julia Child
에이미 애덤스...줄리 파웰
Amy Adams....Julie Powell
스탠리 투치....폴 차일드
Stanley Tucci....Paul Child
크리스 메시나...에릭 파웰
Chris Messina....Eric Powell
린다 에몬드....시몬 벡
Linda Emond....Simone Beck
헬렌 케리....루이제트 베르톨
Helen Carey....Louisette Bertholle
메리 린 라즈스쿱...사라
Mary Lynn Rajskub....Sarah
제인 린치....도로시 맥윌리엄스
Jane Lynch....Dorothy McWilliams
조운 줄리엣 벅....마담 브라사르
Joan Juliet Buck....Madame Brassart

줄리아 차일드

줄리 파웰은 인터넷 시대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주인공입니다. 그 방법이 엄청나게 기회적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만큼 성공적인 것이기도 했죠. 파웰은 365일 동안 줄리아 차일드의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에 나오는 524개의 요리를 몽땅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블로그는 인기를 끌었고 파웰은 블로그의 내용을 재정리해 [줄리 & 줄리아]라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노라 에프론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에이미 애덤스가 파웰을 연기하게 되었으니 인터넷 스턴트의 성과치고는 대단하죠.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파웰은 여전히 다른 사람의 명성에 기생하는 기회주의자입니다. 동시대 미국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전설적인 인물인 줄리아 차일드와 비교할 수 없죠. 인기 블로그라도 만들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야 말겠다는 욕구는 절실합니다만 그게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실제 줄리 파웰의 캐릭터 역시 그렇게 귀엽기만 한 인물은 아니죠. 영화에서는 에이미 애덤스에 맞게 귀여운 인물로 다듬었지만 실제 블로그나 책을 보면 무시무시합니다. 다시 말해, 줄리 파웰은 혼자서 이 이야기를 끌어가기엔 부족함이 많고 조금은 위험한 인물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라 에프론은 영화 절반을 줄리아 차일드에게 준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건 정확히 노라 에프론의 계획은 아니죠. 파웰도 줄리아 차일드의 과거를 소설 형태로 재구성해 책 중간중간에 삽입하니까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책보다 줄리아 차일드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딱 절반이죠. 차일드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비중을 생각하면 절반보다 더 높고요.

영화는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 파웰의 인생이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는 것을 보여주며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는데, 솔직히 보다 보면 자신을 줄리아 차일드와 비교하는 줄리 파웰의 나르시시즘이 자꾸 걸립니다. 하지만 파웰이 차일드를 일종의 수호천사 또는 수호성인처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전설적인 유명인사의 삶이 어느 평범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봐도 큰 문제는 없겠죠. 노라 에프론이 생각하는 것처럼 따뜻하거나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닐지 몰라도 파웰의 이야기는 인터넷 시대의 유명인사 숭배와 명성에 대한 꽤 재미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줄리아 차일드의 인생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차일드의 이야기도 평범해요. 제2차 세계대전 때 OSS에서 일하기도 했으니 나름 신나는 인생을 산 사람이긴 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평범한 외교관의 아내가 요리에 눈을 뜨게 되어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 전설적인 요리책을 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이 역시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인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성공담의 전형성이 아니라 그 성공을 이룬 인물의 캐릭터가 아니겠습니까?

메릴 스트립의 줄리아 차일드는 구경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일단 메릴 스트립 자신의 개성과 줄리아 차일드의 성대모사가 만나는 그 부분의 절묘함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어요. 스트립의 차일드는 실제 차일드보다 훨씬 불안하고 예민하고 익살스러운데,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노골적인 패러디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뭉클한 구석이 있습니다. 차일드의 스토리 역시 아주 공식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성공담이기도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으려는 지식인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것은 매카시즘의 열풍과 같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면서 의미있는 흐름을 형성합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꽤 멋진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줄리 파웰의 결혼 이야기는 사실 별 재미가 없습니다. 다소 뻔한 칙 플릭 풍의 기성품이니까요. 하지만 결코 영화배우처럼 생기지 않은 (그렇지만 정말 멋진 영화배우들에 의해 연기된) 평범한 외모의 나이 지긋한 두 사람이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 없이 인간적인 방식으로 행복해하는 걸 보여주는 차일드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보기가 좋습니다.

[줄리 & 줄리아]는 어떻게 해도 완벽해질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 뻔뻔스러운 프로젝트죠. 하지만 영화는 (특히 줄리아 차일드의 파트는) 좋은 배우들의 연기와 흥미로운 개인의 역사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주제나 가치에 동의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편안하게 즐거운 2시간을 선사합니다.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09/12/15)

DJUNA

기타등등

당시 뉴욕 타임스의 요리평론가였고 실제로 줄리 파웰에 대한 기사를 썼던 아만다 헤서가 자기 자신으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