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영 Robert Young

주연
사만다 모튼....제인 에어
Samantha Morton....Jane Eyre
로라 할링....어린 제인
Laura Harling....Young Jane
키아란 힌즈....에드워드 로체스터
Ciarán Hinds....Edward Rochester
젬마 존스....페어팩스 부인
Gemma Jones....Mrs. Fairfax
티미아 베르토메....아델
Timia Berthomé ....Adele
리처드 하울리....리처드 메이슨
Richard Hawley....Richard Mason
애비게일 크루텐든....블란치 잉그램
Abigail Cruttenden....Blanche Ingram
데보라 핀들리....리드 부인
Deborah Findlay....Mrs. Reed
젬마 이글린튼....헬렌 번즈
Gemma Eglinton....Helen Burns
발 맥레인....그레이스 풀
Val McLane....Grace Poole
루퍼트 펜리-존스....세인트 존 리버스
Rupert Penry-Jones....St John Rivers

로체스터와 제인

오늘까지 EBS에서 방영된 [제인 에어]는 A&E에서 제작한 텔레비전 영화입니다. 3부로 나누어서 방영되었지만 원래부터 미니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은 아니에요. 이런 작품은 그냥 몰아서 방영하는 게 흐름을 깨지 않고 좋았을 겁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 거예요. 어차피 임시 편성이었잖아요?

A&E 버전은 제인과 로체스터의 관계를 핵심으로 삼고 주변 이야기들을 잘라냈습니다.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 어린 제인이 겪는 이야기는 델버트 만 버전보다도 짧은 것 같습니다. 어린 제인을 연기한 로라 할링은 연기력을 평가할 정도로 오래 등장하지 않아요. 헬렌 번즈를 연기한 아역 배우는 얼굴이 기억도 나지 않고요. 제인의 가족이나 유산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아쉽죠. 로우드 학교 이야기는 [제인 에어] 중 가장 정서적 힘이 강한 부분이니까요.

그렇다면 제인과 로체스터의 이야기가 잔뜩 나오겠네요? 글쎄요, 생각해보니 다른 버전보다 제인과 로체스터가 '정면 대결'하는 장면이 다른 버전보다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주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러닝 타임을 생각해보면 퍼센트가 꽤 높은 편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영화는 성급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개별 장면 장면은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각 시퀀스들이 편집으로 연결되는 걸 보면 무지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치게 자주 쓰이는 제인 에어의 나레이션도 그런 느낌을 강조하고요. 영화를 보고 나면 숨이 찹니다. 급하게 편집된 연극 실황을 본 느낌이랄까.

캐스팅은 어떨까요? 사만다 모튼은 아주 좋습니다. 일단 이미지부터 맞아요. 관객들이 주인공으로 인정해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지만 제인 에어라고 믿을만큼 수수한 분위기도 적당히 풍기고 있습니다. 제인의 도덕적 엄격함과 수줍음을 완벽하게 연기해내고 있고 후반부의 조용한 열정도 설득력이 있어요. 단지 제인의 야무진 위트와 강단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키아란 힌즈한테는 제가 막연히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로체스터의 로맨틱한 느낌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체스터 역을 연기한 배우들을 생각해보면 특별히 안 어울린다고는 못하겠어요. 스티븐슨 버전의 오슨 웰즈는 로맨틱하고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제인과의 사랑이 충분히 그려지지 못했고, 델버트 만 버전의 조지 C. 스코트는 지나치게 위압적인 느낌이었으며, 제피렐리 버전의 윌리엄 허트는 너무 에너지가 떨어졌잖아요. 그런 걸 보면 힌즈는 그래도 상당히 로체스터에 가까운 편입니다. 일단 사만다 모튼과 펼치는 콤비 플레이가 상당히 좋아요.

로버트 영의 연출은 투명합니다. 고전을 화면 위에 올려놓겠다는 것 이상의 연출 의도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이 영화의 손필드는 거의 개성이 없습니다.

A&E 버전의 [제인 에어]는 영국 고전 각색물의 성실한 느낌이 돋보이고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딘지 모자란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마 [제인 에어]가 생각만큼 영화화하기 쉬운 소설이 아닌가봐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잘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의 수다로 일관하는 제인 오스틴 소설들은 다들 훌륭하게 각색되는 데 말이에요. 4부작 미니 시리즈 쯤으로 만들어 러닝 타임을 좀 넉넉하게 주면 나아질까요? (01/11/22)

DJUNA

기타등등

블랜치 잉그램 역의 배우가 제인보다 예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군요. 이 버전도 예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