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정아

주연
김빈....소정
박소영....희연
오희중....정인
전재훈....희연의 남자친구
오지혜....임수연

희연과 소정

이정아의 단편영화 [우리 그만 헤어져]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소정은 같은 학교 친구 희연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습니다. 하지만 소정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희연에게 같은 감정을 돌려줄 수도 없죠. 그러니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 이야기를 남자친구 정인에게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짝사랑의 비극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소정은 희연을 외면하지 않고 친구로 받아들이거든요. 이유야 많죠. 희연은 예쁘고 싹싹하며 죽도 잘 맞습니다. 여자아이에게 사랑 고백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우쭐해지기도 했고요. 게다가 이런 입장이라면 둘의 관계에서 소정은 아주 쉽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기만 하다면 영화 만드는 애들은 뭐하고 먹고 살겠습니까?

친구가 되면서 둘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희연은 더 이상 안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정이 자기를 친구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미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뜻이죠. 그 위치에서 정서적 만족감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소정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로 얻는다는 게 결코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정이란 결국 상호작용입니다. 그리고 소정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희연이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이 흐려지지 않길 바랍니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은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소정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감정을 일상화하려 시도하지만 희연의 옛 남자친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납니다. 감정을 가지고 노는 걸 가볍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그만 항복선언을 하고 만 거죠. 그 항복이 누구를 향한 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09/12/03)

DJUNA

기타등등

유에포에서 보실 수 있어요. 화면 보정은 되어있지 않아 조금 눌려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