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닐 조던 Neil Jordan

주연
아네트 베닝....클레어 쿠퍼
Annette Bening....Claire Cooper
에이던 퀸....폴 쿠퍼
Aidan Quinn....Paul Cooper
스티븐 리....실버맨 박사
Stephen Rea....Dr. Silverman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비비안 톰슨
Robert Downey Jr.....Vivian Thompson
폴 길포일....잭 케이 형사
Paul Guilfoyle....Detective Jack Kay
케이티 사고나....레베카 쿠퍼
Katie Sagona....Rebecca Cooper
크리스탈 벤....루비
Krystal Benn....Ruby

1.

종종 사람들은 별다른 야심없이 아주 작은 영화를 만들 때가 있습니다. 서너개의 쇼크 장면을 위해 값싸게 만들어졌던 히치콕의 [사이코]와 같은 영화들이 그 대표적인 예겠지요. 배리 래빈슨의 [웩 더 독], 웨인 왕의 [블루 인 더 페이스], 프랑스와 트뤼포의 [신나는 일요일]과 같은 영화들도 있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잽싸게 만들어낸 휴가같은 영화들인 거죠.

[인 드림스]도 그렇게 작은 영화입니다. 닐 조던이나 드림웍스가 이 영화를 그렇게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드림웍스의 홍보는 예의를 지키는 수준이었고 개봉 당시 흔한 웹사이트 하나도 없었습니다. 닐 조던이 얼마나 빨리 빨리 가볍게 찍었는지를 알려면 가끔씩 화면 위를 보면 됩니다. 세상에 [인 드림스]처럼 붐 마이크가 자주 보이는 영화도 많지 않습니다! :-)

조던은 전체적인 완성도에 심각하게 신경을 쓰는 대신 몇몇 흥미있는 장면을 만들면서 즐기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휴가입니다.

2.

[인 드림스]의 원작은 배리 워드(이 작가는 [데드 링거]의 원작인 [쌍둥이]를 쓰기도 했습니다)의 [인형의 눈]이라는 호러 소설입니다. 아마존에서 줄거리를 체크해봤는데, 살인마와 초능력을 가진 여자의 대결이라는 기본 설정만 뺀다면 영화와 원작은 공통점이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하여간 이런 설정은 흔해 빠졌습니다. 너무 뻔해서 거의 장르화가 될 지경이지요. 그래서인지 영화는 주인공 클레어와 살인마 비비언 톰슨이 왜 연결되었는지 따위는 설명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귀찮아 하는 것 같아요.

조던에게 이 성의 없는 소재는 이야기의 엔진이 아니라 몇몇 이미지를 위한 도구입니다. 클레어와 비비언은 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리우스 콘지의 카메라로 아름다운 화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살인마 비비언의 존재는 잽싸게 그림 형제의 동화처럼 음침한 분위기의 현대판 악몽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세븐]의 살인마 존 도의 눈으로 본 아서 래컴의 그림 형제 동화책 삽화처럼 변했습니다. [백설공주]와 [빨강 모자]를 뒤섞은 듯한 이미지의 나열은 어딘가 조던의 초기작인 [늑대의 혈족]을 연상시킵니다. 비평가가 맘만 먹는다면 여기서 꽤 풍요로운 서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던의 영화라기보다는 콘지의 영화입니다. 생각해보니 [세븐]도 핀처의 영화라기보다는 콘지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가치이며 결국 여기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촬영감독이기 때문입니다.

3.

미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평론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긍정적인 평을 한 사람은 [뉴욕 타임즈]의 자넷 마슬린 정도 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비난했던 것은 엉성하게 짜깁기한 형편없는 스토리였습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뭐라고 변명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는 영화의 중심도 아니었죠. 이 영화가 지닌 비주얼의 가치는 조금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또 비평이 집중해야 할 부분도 이쪽이었고요.

배우에 대해서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아네트 베닝의 연기를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지나치게 히스테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 경우 편을 가르는 것은 관객의 취향인 것 같습니다. 전 좋게 봤습니다. 부정적인 관객들보다 히스테리 증세에 대해 관대하기 때문이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베닝보다 떨어집니다. 스티븐 리 쪽이 더 잘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던이 원했던 여성적인 이미지와 스티븐 리가 잘 안 맞았을 수도 있죠.

에이던 퀸과 스티븐 리는 별로 연기를 하지 않습니다. 어떤 평론가는 리의 작위적인 보스턴 악센트를 놀려댔지만 제 귀가 그렇게까지 밝지는 않습니다. (99/05/01)

DJUNA

기타등등

자막에 대해 한마디. 실수가 하나 있으니까요. 영어에서 'cider'는 우리의 '사이다'가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