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드먼 플렌더
Rodman Flender

주연
데븐 사와....안톤
Devon Sawa....Anton
세스 그린....믹
Seth Green....Mick
엘든 래틀리프....프넙
Elden Ratliff....Pnub
제시카 알바....몰리
Jessica Alba....Molly
크리스토퍼 하트....손
Christopher Hart....The Hand
비비카 A. 폭스....데비
Vivica A. Fox....Debi
잭 노스워스....랜디
Jack Noseworthy....Randy
케이시 라이트....타냐
Katie Wright....Tanya
숀 월렌....맥메이시
Sean Whalen....McMacy
니콜라스 새들러....럭
Nicholas Sadler....Ruck
프레드 윌러드....아빠
Fred Willard....Dad
코니 레이....엄마
Connie Ray....Mom
스티브 반 워머....커티스
Steve Van Wormer....Curtis
켈리 모나코....티파니
Kelly Monaco....Tiffany
티모시 스탁....티드웰 교장
Timothy Stack....Principal Tidwell

1.

[크레이지 핸드]의 주인공은 안톤이라는 게을러 빠진 틴에이저 소년입니다. 이 친구가 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역시 그만큼이나 게을러빠진 친구인 믹과 프넙과 함께 죽치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입니다. 앞집에 사는 몰리를 좋아하고 있기는 한데 역시 게으르고 용기도 없어서 시도도 못하고 있죠. 아무런 야심도 없고 비전도 없어서 부모가 집에서 쫓아낼 때까지 소파에 뿌리를 내릴 판입니다. 이 친구의 게으름은 너무 지독해서 그림 동화책의 주인공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죠.

그러던 어느 날 "게으른 손은 악마의 놀이터다"라는 옛 속담이 운명의 등을 타고 안톤에게 다가와 끔찍한 장난을 칩니다. 안톤의 오른손이 그만 악령에 들린 겁니다. 손은 안톤의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하지만 게으른 안톤은 이틀 동안이나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간신히 안톤이 시체를 발견하자, 손은 눈치보지 않고 활동을 계시합니다. 다음 희생자는 얼떨결에 목격자가 된 믹과 프넙. 믹의 머리에 깨진 맥주병을 박고 프넙의 목을 자른 다음, 손은 전부터 점찍어둔 몰리를 지옥으로 끌고가려 합니다. 안톤은 너무 게을러 죽지도 못해 좀비가 된 믹과 프넙, 악마 사냥꾼인 데비와 함께 손을 퇴치하러 나섭니다.

2.

[크레이지 핸드]의 기둥 줄거리는 그렇게 독창적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이블 데드 2]랑 올리버 스톤의 처녀작인 [악마의 손]과 같은 영화들이 있는 걸요. 찾아보면 더 있을 겁니다.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라, 부분 부분 장면들도 유사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자기 멋대로 날뛰는 손과 우스꽝스러운 혈전을 벌이는 안톤의 모습에서 [이블 데드 2]의 애쉬를 발견할 수 없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죠.

영화는 이 소재를 그렇게 진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잔인무도한 학살들로 이어지는 영화지만 스토리는 어딘지 모르게 '이래선 안돼요' 풍의 교훈을 첨가한 구식 동화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마리화나로 뇌가 어떻게 되었는지 태평스럽기만 하고 [스크림] 이후 세대가 아니랄까봐 다들 장르 규칙에 밝습니다.

하지만 이 경박한 분위기에 비해 영화의 강도는 상당합니다. 아니, 바로 그런 경박함 때문에 강도가 더 심해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존속살인, 신체 절단과 같은 것들을 태평스럽게 농담으로 삼는 영화를 보며 웃어야 합니다. 이것들을 무섭게 다룬다면 관객들에겐 별 문제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농담이라면 혐오와 공포, 유머가 충돌하면서 지독하게 악취미적인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죠. 요샌 이런 악취미적인 코미디가 늘어난 편이지만 [크레이지 핸드]의 정도는 그 중 가장 심한 편입니다.

영화는 역겹고 혐오스러운 장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적어도 이것들은 모두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들입니다. 아마 [크레이지 핸드]의 최대 장점도 그것이겠지요. 아이디어는 여러 기존 호러에서 짜깁기한 것이고 스토리도 건성이지만 영화의 유쾌한 에너지와 혐오스러운 농담은 팽팽하게 살아있습니다. 농담들은 의도적인 멍청함으로 유쾌하기도 하지만 종종 꽤 고약한 독기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톤이 부모와 친구들의 시체를 묻고 늘어놓는 덜떨어진 연설은 그 무덤덤한 유머 때문에 무섭기까지 하군요.

최근들어 갑자기 호러 배우가 된 듯한 데븐 사와와 세스 그린, 엘든 래틀리프의 덜떨어진 연기 역시 영화에 플러스가 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너무나도 형편없는 친구들이라 관객들로부터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들이 꽤 잘했단 말이지요.

제시카 알바는 여전히 예쁘고... 참, 손 역을 한 크리스토퍼 하트는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에서 역시 손 역을 했던 마술사입니다.

3.

[크레이지 핸드]는 꽤 재미있는 영화지만 흥행에는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장점인 악취미가 관객들을 쫓아버렸을 수도 있고, R등급인 틴에이저 영화라는 점도 단점이 되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개봉 바로 직전에 발생한 콜로라도 총격 사건이었던 듯 싶군요. 개봉 운이 별로 좋지 못했던 영화였어요. (00/08/26)

DJUNA

기타등등

국내 개봉판은 잔인한 부분 몇몇이 잘렸더군요. 왜 잘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이 잘리는 거야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고, 바베큐 포크에 잘린 머리를 찔러넣는 것 역시 그렇게까지 잔인한 장면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