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앙드레 드 토트 André De Toth

주연
빈센트 프라이스....헨리 재러드 교수
Vincent Price....Prof. Henry Jarrod
필리스 커크....수 앨런
Phyllis Kirk....Sue Allen
프랭크 러브조이....톰 브레넌 경위
Frank Lovejoy....Lt. Tom Brennan
캐롤린 존스....캐시 그레이
Carolyn Jones....Cathy Gray
폴 피서니....스코트 앤드루스
Paul Picerni....Scott Andrews
로이 로버츠....매튜 버크
Roy Roberts....Matthew Burke
앤젤라 클락....앤드루스 부인
Angela Clarke....Mrs. Andrews
폴 캐버나....시드니 월레스
Paul Cavanagh....Sidney Wallace
댑스 그리어....짐 셰인 경사
Dabbs Greer....Sgt. Jim Shane
찰스 부친스키....이고르
Charles Buchinsky....Igor

불타는 마리 앙트와네트

찰스 벨덴의 희곡을 각색한 첫번째 영화인 [밀랍 인형 박물관의 미스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의 리메이크 버전인 [밀랍 인형의 집]도 몇가지 흥미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첫번째로 이 영화는 메이저 제작사에서 만든 최초의 입체 영화입니다. 두번째로 이 영화는 빈센트 프라이스가 주연한 첫번째 호러 영화입니다. 세번째로... 이 영화에서 프라이스의 조수로 나오는 배우 찰스 부친스키가 바로 무명 시절의 찰스 브론슨(명복을!)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밀랍 인형의 집]의 기둥 줄거리는 [밀랍 인형 박물관의 미스터리]와 같습니다. 동업자의 배신으로 불구가 된 밀랍 인형 조각가가 연쇄살인과 관련된 불쾌한 음모를 꾸민다는 것이죠. 단지 30년대의 '현대'를 무대로 삼았던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시대 배경을 1900년대 초로 고정해놓고 있고 (어느 쪽이 원작 희곡과 더 가까운지는 모르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비중을 바꾸었습니다. 이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조각가 헨리 재러드입니다. 전작에서는 사건을 풀고 악당들을 체포하는 맹렬 여성이었던 여자 주인공은 이 영화에서 악당의 덫에 갇혀 비명을 질러대는 역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의 영화들에 나오는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대가 센 편이지만요.)

영화는 전작보다 훨씬 호러 영화같아 보입니다. 사실 그러느라 추리물의 논리와 구조가 많이 약해지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얼굴 망가진 살인마가 재러드보다 먼저 나오는 이야기 구조는 추리물의 반전은 약화시켰습니다. 영화에서 사건 수사를 맡는 사람들도 전작보다 훨씬 둔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재러드와 동업자 매튜 버크 사이의 관계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됩니까? 보험회사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막 보험료를 지불한 게 며칠 전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논리를 포기하는 대신 상당히 그럴싸한 호러 분위기를 얻었습니다. 안개낀 뉴욕 (런던이면 더 좋았을텐데) 거리에서 괴인과 여자 주인공 수 앨런이 벌이는 추적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지막 액션의 배경인 지하실은 전작의 아르 데코 세트보다 덜 독창적이지만 전통적인 효과는 더 강합니다.

여기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역시 빈센트 프라이스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그의 첫 호러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그는 그가 주연한 호러 영화들이 가진 그 우울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완성해냈습니다. 프라이스가 연기한 재러드 교수는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음모와 욕망을 서글프고 장엄한 연설을 통해 토해낼 줄 아는 우울하고 교양있는 19세기식 괴물입니다.

영화는 전작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꽉 차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불타는 듯한 테크닉컬러와 사방에서 꽝꽝 울리는 가짜 서라운드 스테레오가 결합하자 50년대식으로 센세이셔널한 구경거리가 나온 거죠. 여전히 특별히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시청각적 인상은 굉장히 강렬합니다.

물론 이 호사스러움의 절정은 영화의 입체화면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나온 DVD에는 입체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린 어떤 식으로 이 영화가 입체 효과를 창출해내려고 했는지 알죠. 종종 노골적으로 입체 효과를 과장하는 장면들이 나오니까요. 가장 대표적인 게 박물관 앞에서 패들볼로 재주를 부리는 호객꾼이죠. 나중에 나오는 캉캉 댄서들도 예외는 아니고요. 정말 한 번 입체 영화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적으로 그게 그렇게까지 어려울까요? (03/09/24)

DJUNA

기타등등

빈센트 프라이스의 첫 호러 영화가 거창한 화재로 시작되는 건 거의 예언같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