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쿠커 George Cukor

주연
캐더린 헵번....린다 시튼
Katharine Hepburn....Linda Seton
케리 그랜트....조니 케이스
Cary Grant....Johnny Case
도리스 놀란....줄리아 시튼
Doris Nolan....Julia Seton
류 아이어스...네드 시튼
Lew Ayres....Ned Seton
헨리 콜커....에드워드 시튼
Henry Kolker....Edward Seton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닉 포터
Edward Everett Horton....Nick Potter
진 딕슨....수잔 포터
Jean Dixon....Susan Potter

1.

조니 케이스는 스키장에서 만난 미모의 줄리아한테 반해 청혼합니다. 하지만 줄리아는 거부인 시튼 집안의 막내였어요. 연애를 했으니 그냥 결혼만 하면 될 걸로 알았던 조니의 계획은 뻣뻣한 시튼 집안의 거대한 계획과 선입견에 의해 박살납니다. 줄리아와 결혼하려면 지금까지 그가 품어온 자유로운 꿈을 접고 꼼짝없이 숫자놀이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야 할 판이지요. 그것만으로도 벅찬데, 그와 너무나도 죽이 잘 맞는 줄리아의 언니 린다한테 생기는 이상한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2.

필립 베리의 희곡 [홀리데이]는 두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적 있습니다. 첫번째는 초기 유성 영화 시절인 1930년대에 만들어졌고 두번째 영화는 38년에 만들어졌지요. 헵번과 그랜트가 나오는 영화는 두번째 버전입니다.

하여간 베리의 희곡은 내용 자체만으로는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조니 케이스의 엉뚱한 이상주의와 시튼 집안의 속물성의 대립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깊이도 없습니다. 베리가 나름대로 의도했던 사회비판의 힘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건 당시도 마찬가지였지요. 베리의 원작과 쿠커의 영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 간격이 있습니다. 아마 연극의 조니는 대공황에 한 방 얻어맞은 뒤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요?

삼각관계도 그렇게 세련되게 처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삼각 관계 스토리에서는 중간의 방해물을 제거하는 방식은 상당히 중요한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해요. 주인공인 조니와 린다가 상당히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비해, 중간 방해물인 줄리아는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거의 다른 사람 같아 보여요.

3.

시대에 뒤떨어진 플롯을 구제해주는 것은 주변적인 것들입니다.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의 재치가 핑핑 튕기는 대사들은 훌륭하며 캐릭터들도 재미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조지 쿠커의 지극히 거장다운 터치에 의해 마무리지어지지요.

물론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첫번째 영화도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영화가 리메이크 버전의 인기를 능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토리야 그대로지만 헵번과 그랜트라는 두 배우의 막강한 스타 파워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어요?

베리의 건전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홀리데이]를 기억에 남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지극히 헐리웃적인 화려함입니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지만 그것도 그렇게 대단한 아이러니는 아닌 것 같군요. 하긴 뭣하러 신경을 써야 해요? 헵번과 그랜트가 화면 위에서 불꽃을 튀기고 있는데 말이에요. (99/11/08)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성공은 "box office poison"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던 헵번의 경력을 구조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영화인 [Bringing Up Baby]는 상업적 재난이어서 헵번은 어쩔 수 없이 브로드웨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어떻게 [Bringing Up Baby]같이 재미있는 영화가 실패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