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상찬, 김현수

주연
차태현....봉달호
임채무....장준
이소연....차서연
정석용....조승호
이병준....나태송
선우....태준아

서연과 달호

[복면달호]의 원작은 사이토 히로시의 [엔카의 꽃길]이라고 하는데, 보도 자료에 후지 텔레비전이라고 쓰인 걸 보면 아마 텔레비전 시리즈였나 봅니다. 누가 나왔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뭐였는지는 모르겠고요. 왜 이런 보도자료에서는 이렇게 원작 정보를 흐릿하게 주는지 모르겠어요.

영화의 내용은 [미녀는 괴로워]와 거의 똑같습니다. 신분을 위장한 가수가 대성공을 거두고 그 뒤에 고민 좀 하다가 결국 무대에서 커밍아웃한다는 이야기거든요. 둘 다 일본 원작이 있다는 것도 같지만, 그 때문은 아닙니다. [미녀는 괴로워]의 가수 이야기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냥 뻔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다보니 이야기가 비슷해진 것이겠죠.

어느 쪽이 더 재미있냐고요? [미녀는 괴로워] 쪽이 훨씬 좋습니다. 이야기나 설정이 특별히 더 좋거나 나쁘기 때문이 아니에요. [복면달호]의 아이디어나 설정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다 트로트 전문 기획사에 말려들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는 로커의 이야기는 음악의 진정성과 가수의 정체성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낳을 수 있지요. 캐스팅도 괜찮은 편입니다. 차태현은 적절하게 귀엽고 편안한 보통 주인공 같고, 이소연은 예쁘고 호소력 있으며, 임채무는 그럴싸하게 유들유들하고, 이병준은 이 영화에서도 초현실적일 정도로 느끼하지요.

그러나 이 모든 건 먹히지 않습니다. 대사가 나쁘고 유머가 시시하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점들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가 흐르지 않는다는 거예요. 주인공 달호에겐 고민이나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대부분 한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요. 달호가 음치가수 서연에게 빠지는 건 순전히 서연이 예뻐서입니다. 트로트에 질겁을 하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가면을 쓰고 데뷔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건... 홍보물만 본 분들은 로커가 트로트를 하는 게 부끄러워서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보다 더 얄팍하답니다.

그 때문에 드라마를 만들려는 각본의 시도는 영 어색합니다. 주인공이 입기엔 지나치게 큰 기성복 옷과 같지요. 영화의 드라마는 주인공과 상관없이 그냥 공식대로 움직입니다. 그 공식만 제대로 지켰어도 먹힐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죠. 이병준이 그렇게 근사한 느끼 연기로 분위기를 잡아주는데도 그가 연기한 잠재적인 악당인 트로트 가수 나태송은 영화에서 거의 역할이 없습니다. 다 이런 식이에요.

그 때문에 [복면달호]는 아주 싱거운 영화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생각없는 주인공이 일차원적인 조연들 사이에서 방황하다 엉겁결에 끝나 버리는 영화지요. 엔드 크레딧에서 달호는 마치 자기 스스로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마지막 멘트를 외치지만 그게 영 와닿지 않은 건, 그가 그에 어울리는 고민을 우리에게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07/02/06)

DJUNA

기타등등

서연처럼 공연할 때마다 비오는 징크스가 있는 가수가 있다면 기우제 대신 사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