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인무

주연
강혜정....차상은
배종옥....김현숙
정경호....이종범
이미영....미자
이원종....장 순경
이영유....영란
이병현....승원
심태윤....한모
정윤....후대

상은과 현숙

[허브]는 정신 지체 장애인인 딸과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딸이 길에서 만난 의경과 어색한 연애를 시작하는 동안 엄마는 삶을 마무리짓고 자기 없이 살아가야 할 딸의 미래를 준비하죠.

영화를 보면서 [아이엔지]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두 영화 모두 장애인 딸과 어머니의 관계를 다룬 시한부 멜로잖아요. 중간에 어리버리한 남자애가 하나 끼어드는 것도 같고, 투박하고 거친 시나리오가 배우들에 의해 커버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유사점은 거기까지. [허브]와 [아이엔지]는 상당히 다른 영화입니다. [아이엔지]가 죽음과 장애라는 소재를 담담하고 쿨한 방식으로 조용히 접근하고 있다면 [허브]는 눈치 코치 안 보고 이 뻔한 멜로드라마를 작정하고 터뜨리고 있지요.

잘못된 선택일까요? 그건 아니죠. [허브]의 상은은 [아이엔지]의 민아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지능이 7살 수준에서 멈춘 정신 지체 3급의 장애인이죠. 가시공주 민아처럼 쿨하게 자기 운명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습니다. 생각과 행동과 감정이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고 유치하니 그걸 담을 다른 그릇을 찾아야죠.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캐릭터를 그리는 것과 유치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주 같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진정성이 강한 영화를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쉬운 길을 따라가다가는 인공적이고 안이한 예술적 태도 속에서 캐릭터까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브]도 아슬아슬해요. 극적 진실에 가까워지기엔 관습적인 멜로드라마의 도구들이 너무 많죠. 영화를 보다보면 "저게 말이 돼?"라는 말이 수없이 나옵니다. 극적 장치를 만들 때 깊이 생각을 안 했다는 말이죠. 상은의 대사들도 실제 정신 지체 장애인의 입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누선을 짜내기 위해 인공적으로 고안된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속았다! 울지 말자!"라고 외칠 수는 없습니다. 그 노골적인 수법은 정말로 먹히니까요. 아무리 몸이 스무 살이라고 해도 정신연령이 일곱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와 같은 주인공이 엄마가 죽는다고 울고 있는데 무덤덤해야 하나요? 그럴 수는 없지 않겠어요?

게다가 이 투박한 각본을 노련하게 커버하는 배우들의 질이 상당한 수준이에요. 특히 주연배우 강혜정은요. [허브]는 강혜정의 기교와 스타일을 과시하기 위한 장이나 다름없죠. 그 때문에 동원된 수많은 인공적인 설정들(특히 클라이막스의 죽음 장면은요)은 어쩔 수 없는 이 영화의 예술적 결함으로 남을 수밖에는 없지만, 그래도 배우로서 강혜정은 만족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07/01/17)

DJUNA

기타등등

교정 이후 바뀐 얼굴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 영화 보는 동안에는 신경 껐습니다. 그냥 상은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여전히 강혜정의 이전 얼굴이 그립지만, 그 당시 얼굴을 한 상은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