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주연
론 펄만....헬보이
Ron Perlman....Hellboy
존 허트....트레버 '브룸' 브루텐홀름
John Hurt....Trevor 'Broom' Bruttenholm
셀마 블레어....리즈 셔먼
Selma Blair....Liz Sherman
루퍼트 에번즈....존 마이어스
Rupert Evans....John Myers
카렐 로덴....그리고리
Karel Roden....Grigori
제프리 탬버....톰 매닝
Jeffrey Tambor....Tom Manning
더그 존스....에이브 사피엔
Doug Jones....Abe Sapien
브라이언 스틸....사마엘
Brian Steele....Sammael
라디슬라프 베란....크로넨
Ladislav Beran....Kroenen
비디 호드슨....일사
Biddy Hodson....Ilsa
코리 존슨....클레이 요원
Corey Johnson....Agent Clay
케빈 트레이너....젊은 '브룸'
Kevin Trainor....Young 'Broom'

헬보이와 리즈

[헬보이]는 동명의 다크호스 코믹북이 원작인데, 전 원작에 대해 아주 피상적인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는 일 따위는 하지 못해요.

영화대로라면 꽤 그럴싸한 설정이기는 합니다.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는 괴물들이 FBI를 도와 초자연적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 설정 자체는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아요. 너무 공식적이니까요. 하지만 러브크래프트 풍의 거창한 세계관 속에 히틀러나 툴레회, 라스푸친과 같은 실제 신비주의자들에 대한 소문들을 결합시키는 수법은 썩 재미있군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헬보이]도 독립된 영화보다는 시리즈의 파일럿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이 소개되고 그가 지금 서 있는 상황이 설명된 뒤 그의 능력을 입증할만한 커다란 사건들이 튀어나오는 거죠. 영화는 콴티코에서 막 빠져나온 풋내기 FBI 요원인 존 마이어스를 'Bureau of Paranormal Research & Defence'라는 조직에 가입시킨 뒤 그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식으로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아주 무심한 태도를 위장하며 이 말도 안되는 정보들을 건성으로 집어던지는데, 그런 태도는 대부분 그럴싸한 코미디로 전환됩니다.

액션물로서 [헬보이]는 평범합니다. 아마 기에르모 델 토로의 영화들 중 가장 개성이 부족한 작품일 거예요. 필 티펫 패거리들이 멋진 3D 그래픽 괴물들을 만들어 던져주지만, 괴상한 모양의 괴물들이 벌이는 난투극은 더 이상 그 자체로 흥분되는 구경거리는 아니군요. 영화의 액션은 잘 짜여져있지만 그를 이어주는 스토리는 비교적 풀어져 있고 극적인 힘은 약합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를 그렇게 액션 중심으로 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저에게 이 영화는 아주 작아 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세계 종말을 막으려 하는 영웅이면서 그 자신이 세계 종말을 가져오는 열쇠인 주인공이 빠져 있는 거창한 모순에 대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보다 단순한 연애담이기도 합니다. 전 이 이야기를 헬보이와 리즈의 러브 스토리로 봤어요. 덩치만 크고 힘만 셀 뿐 둔하고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못생긴 남자 주인공과 역시 왕따이고 신경질적이며 정신상태도 그렇게 정상이 아닌 예쁘장한 여자 주인공이 어색하게 서로에게 가까이 간다는 내용으로요. 생각해보면 [헬보이]는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틴에이저 로맨스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요.

론 펄만이 이런 종류의 [미녀와 야수] 연기에 능통한 덕에 영화가 엉겁결에 생뚱맞은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가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헬보이와 사마엘의 대결투보다 외출나간 리즈와 마이어스를 미행하며 투덜거리는 헬보이의 모습이 더 잘 기억난다면 그 때문일 거예요. 그러고보면 헬보이는 정말 모범적인 틴에이저 로맨스의 주인공이란 말이에요. 아무리 나이가 환갑에 가깝다고 해도요.

곧 [헬보이 2]가 나옵니다. 아마 델 토로가 지금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작품이 될 겁니다. 진짜로 심각한 액션물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걸 기다리는 동안 이 가벼운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04/08/10)

DJUNA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 중간에 작은 쿠키가 하나 있으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