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크 리 Mike Leigh

주연
샐리 호킨스....포피 크로스
Sally Hawkins....Poppy Cross
에디 마산....스코트
Eddie Marsan....Scott
알렉시스 제거먼....조이
Alexis Zegerman....Zoe
사무엘 루킨....팀
Samuel Roukin....Tim
카트리나 페르난데스....로시타 페르난데스
Karina Fernandez....Rosita Fernandez
케이트 오플린....수지 크로스
Kate O'Flynn....Suzy Cross
실베스트라 르 투젤....헤더
Sylvestra Le Touzel....Heather
캐롤라인 마틴....헬렌 라이트풋
Caroline Martin....Helen Lightfoot
올리버 몰트먼....제이미 라이트풋
Oliver Maltman....Jamie Lightfoot
사라 나일즈....태시
Sarah Niles....Tash

포피

[해피 고 럭키]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행복해 죽을 지경인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 포피 크로스죠. 이 사람이 얼마나 낙천적이냐면, 기르던 자전거를 도둑맞으면 “아, 작별 인사도 못했는데!”라고 한 번 으쓱거리고는 자동차 운전 연수로 넘어갈 정도입니다. 포피에겐 모든 게 재미있고 모든 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늘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다니는데, 세상 살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죽을 것 같죠. 그러니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포피에게 이렇게 묻고 싶은 겁니다. "너, 도대체 뭐가 잘못 된 거니?"

포피는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노후대책에 신경 쓰지 않고 주말마다 파티에 열중하는 건 성숙한 어른의 태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우리가 참견할 필요는 없지요. 포피는 능력 있고 책임감 넘치는 교사로 자기 일에도 열심입니다. 늘 학습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아이들이 조금만 이상하게 행동해도 감지해 내는 날카로운 눈을 지녔지요. 자기 인생을 어떻게 쓸 줄도 알아서 젊었을 때 영어 교사로 세계 여행도 몇 년간 했고 지금도 시간이 나면 플라멩코와 같은 새로운 취미에 도전합니다. 다 좋은 거죠. 좋다고요. 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는 남습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영화는 여기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해피 고 럭키]라는 영화 자체가 설명적인 작품이 아니에요. 마이크 리는 이 영화에서 포피의 캐릭터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일상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직접 그 캐릭터를 탐구하게 하지요. 그럼 영화 조각조각을 스스로 짜 맞추면 답이 나올까요? 글쎄요. 그 정도로 분명하지는 않아요. 전 여전히 포피가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 캐릭터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사라지고 진지해질 때 그 사람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돌고 있는지 궁금해지긴 합니다. 왜 포피가 이런 삶의 태도를 선택했고 그걸 유지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제 생각엔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영화가 더 신경 쓰는 것은 포피의 비밀이 아니라 포피와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입니다. 포피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포피의 룸메이트 조이나 동생 수지도 그 행복함에 익숙해져 있고요. 하지만 포피의 특별한 습관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에게 포피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존재입니다. 귀찮고 짜증나지요. 우리 세계에서 그런 식의 친절함은 결코 정상이 아니고 사실 바람직스럽지도 않잖아요. 우리에겐 익숙해진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적당한 무덤덤함과 익명성도 그 중 하나죠. 하지만 포피는 늘 활짝 웃으면서 그 규칙과 장벽을 깨트리려 합니다. 그 장벽 너머에 있는 사람이 의미 없는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털보 노숙자라고 해도 말이죠.

아니, 털보 노숙자라면 차라리 괜찮습니다. 관객들에겐 오싹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이긴 하지만, 적어도 노숙자는 누군가가 자기 말을 진지하게 들어준 것에 고마워했겠죠. 하지만 포피의 운전교사 스코트의 경우는 다릅니다. 스코트는 포피와 정반대되는 사람이에요. 우울하고 화가 잔뜩 나 있지요.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음모론자입니다. 그나마 믿는 건 세상을 지탱해주는 질서뿐이죠. 이런 사람이 한 다발의 웃음 덩어리와 같은 포피와 좁은 공간에 갇혔습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관객들은 두 사람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보는지는요. 그들의 내면을 뚫어다 봤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이들의 이야기에도 분명한 교훈은 없습니다. 결말은 있지만 교훈은 없어요. 아마 그들은 이런 식으로 각자의 길을 갈 것이고 그것이 이야기의 끝일 것입니다. 포피는 여전히 포피이고 아마도 스코트는 여전히 스코트겠죠. 아마 우리는 스코트라는 예를 통해 포피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봤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여전히 부정적인 기능의 예이고 포피를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사람 특유의 삶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만만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말이죠.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제가 내린 결론은 포피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 그 사람과 룸메이트가 되어 남은 평생을 보낼 생각은 없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전 포피가 조이와 함께 남은 평생을 그 아파트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도 즐거운 노친네로 죽긴 하겠죠. (08/11/12)

DJUNA

기타등등

샐리 만세! (그냥 팬심에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