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롤랑 조페 Roland Joffé

주연
패트리샤 아퀘트....산드라 던모어
Patricia Arquette....Sandra Dunmore
돈 존슨....벤 던모어
Don Johnson....Ben Dunmore
더못 멀로니....제이크 던모어
Dermot Mulroney....Jake Dunmore
메리-루이즈 파커....페기 블레인
Mary-Louise Parker....Peggy Blane
엘렌 드제너러스....리타 폼파노 경사
Ellen DeGeneres....Sergeant Rita Pompano
레이 맥키넌....롤린즈
Ray McKinnon....Rollins
알렉스 로코....크라울리 형사
Alex Rocco....Detective Crowley
앙드레 그레고리....핀레이슨 목사
Andre Gregory....Reverend Finlayson
존 네빌....브래들리
John Neville....Bradley

1.

오래간만에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본 영화입니다. 요새처럼 정보가 빠른 시대엔 참 드문 일이지요. 시사회 전에 제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주연 배우와 감독 이름뿐이었답니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를 더 즐겁게 봤나봐요. [굿바이 러버]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았을 때 최대 효과를 내는 영화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모든 이야기들은 스포일러일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제가 결말을 숨기려고 애를 써도 말이에요.

2.

영화는 폰 섹스에 열중해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인 산드라의 뒷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산드라가 지금 뜨거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벤이라는 남자입니다. 벤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알콜 중독자 동생 제이크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하필이면 산드라는 제이크의 아내입니다. 산드라는 자기가 떠맡은 집들을 오가면서 벤과 뜨거운 섹스를 벌이지만, 정작 벤은 점점 함정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죠. 제이크가 언제 자기네 관계를 눈치챌지도 모르고, 또 산드라는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기한테 달라 붙어서, 어떻게 되건 자기 좋은 평판이 망가질 지경입니다. 그는 산드라와의 관계를 끊고 비서인 페기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산드라와 제이크한테서 벗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군요...

이건 줄거리의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굿바이 러버]는 [와일드 씽]과 아주 닮은 영화입니다. [와일드 씽]처럼 규칙적으로 반전을 터뜨리며 앞으로 나가는 작품이지요. 단지 그 방식은 다릅니다. 천재 범죄자의 완전 범죄 이야기인 [와일드 씽]과는 달리 [굿바이 러버]의 범죄자는 그만큼 치밀하지 못해서 사건 전개도 우연에 쏠려다니는 경향이 많죠.

네, 반전이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어떤 반전이 나올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못하셨다고 해서 머리 나쁘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른 길로 나갈 가능성도 있었으니까요. 제가 하려는 말은 이 영화의 플롯이 그렇게까지 독창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스포일러 운운의 이야기를 했냐고요? 아마 이 영화의 반전들이 그렇게까지 튼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저한테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은 80년대식 에로 영화로 흐르는 듯 하던 스토리가 갑자기 코믹한 꽈배기 범죄물로 바뀌는 그 순간이었으니 말입니다. 일단 장르가 고정된 뒤로는 그렇게 놀라운 부분이 없었어요. 앞부분이야 마케팅 과정 중에 정보가 누설될 부분일테니, 관객들은 충분히 '반전'을 즐기지 못하는 거죠.

[와일드 씽]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유머 감각입니다. [와일드 씽] 역시 상당히 웃기는 작품이었지만, [굿바이 러버]는 조금 더 나갑니다. 형사로 등장하는 엘렌 드제너러스와 같은 배우의 캐스팅만 봐도 알 수 있죠. 특히 사람 배꼽잡게 만드는 것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활용입니다. 주인공 산드라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팬이기 때문에, 영화는 이 작품에 나오는 수많은 노래들을 정말 불경스럽게 보일만큼 희극적으로 써먹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사운드 오브 뮤직]을 온전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물론 이런 불경스러움은 자주 등장하는 교회 장면들과 함께 미국 중상층의 위선적 삶을 비꼬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굿바이 러버]는 세련된 작품도, 잘 만든 작품도 아닙니다. 미국 평론가들은 악평 쪽으로 몰고 갔고 다들 그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를 떠나고 마케팅을 떠나 생각 없이 그냥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는 [굿바이 러버]는 통속적이고 천박하고 유치찬란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줄 겁니다. (00/08/08)

DJUNA

기타등등

영화 끝나고 작은 쿠키가 나갑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