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맨골드 James Mangold

주연
위노나 라이더....수잔나 케이슨
Winona Ryder....Susanna Kaysen
안젤리나 졸리....리사
Angelina Jolie....Lisa
클리어 듀발....조지나
Clea DuVall....Georgina
브리타니 머피....데이지
Brittany Murphy....Daisy
엘리자베스 모스....폴리
Elizabeth Moss....Polly
재러드 레토....토바이어스 제이콥스
Jared Leto....Tobias Jacobs
제프리 탬보....포츠 박사
Jeffrey Tambor....Dr. Potts
트래비스 파인....존
Travis Fine....John
질리언 아머넌트....신시아
Jillian Armenante....Cynthia
안젤라 베티스....자넷
Angela Bettis....Janet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윅 박사
Vanessa Redgrave....Dr. Wick
우피 골드버그....발레리
Whoopi Goldberg....Valerie
드루시 맥다니엘....M.G.
Drucie McDaniel....M.G.
앨리슨 클레어....그레타
Alison Claire....Gretta
크리스티나 마이어즈....마지
Christina Myers....Margie

1.

[처음 만나는 자유]의 원작은 수잔나 케이슨이 쓴 동명의 자서전적 소설인 [Girl, Interrupted]입니다. 이 책은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곧 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드는군요. 정신 사나운 사람들의 수기를 읽는 게 제 취미니 말입니다.

하여간 소설과 영화는 1967년부터 1년 반 동안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던 수잔나 케이슨의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왜 들어갔냐고요? 보드카랑 아스피린을 믹스해 마시고 손에 뼈가 없다고 헛소리를 해댔거든요.

정신병원에서는 그런 그녀에게 '경계선적 성격(인격) 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는 딱지를 붙여줍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간호사 발레리의 진단이 더 정확해보입니다. "You are a lazy, self-indulgent little girl who is driving yourself crazy." 모르겠어요. 둘 다 같은 말일지도 모르죠.

수잔나는 '미친' 것일까요? 아니면 세계가 미친 것일까요? 수잔나가 정신병원에 들어간 해는 1967년. 모두가 조금씩 정신이 나갔던 때였습니다. 게다가 18살이라는 나이는 미치기 딱 좋은 때죠. 보드카 아스피린 칵테일을 발명한 것을 제외한다면 수잔나가 정신병원 밖에 있는 다른 18살 소녀들보다 더 미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진짜 문제거리를 안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 영화는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의 성전환 버전일까요? 우린 어쩔 수 없이 이 두 영화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유]에 대한 대부분의 비평은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와 이 영화의 비교에 일부를 할애하고 있죠. 비평적인 면만 생각하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후발주자라는 점도 있지만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가 훨씬 뛰어난 영화라는 건 당연하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와 다릅니다.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의 공식을 따른 영화였다면 수잔나는 잭 니콜슨의 캐릭터 맥머피를 떠맡았을 겁니다. 하지만 수잔나는 정신병원을 체제의 상징으로 보지도 않고 다른 환자들을 선동하지도 않습니다.

맥머피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그 사람은 통제불능에 카리스마가 넘쳐흐르는 인격장애자인 리사입니다. 하지만 리사와 맥머피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습니다. 맥머피는 멀쩡하지만 리사는 정말로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멀쩡한 사람이 체제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동의 광기에 매료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의 수잔나는 정신병동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남자 친구 토비가 수잔나를 끌어내려고 하자 수잔나는 거절하죠. 토비가 '벽지의 포도 무늬를 떼어먹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그 환자들이 수잔나에겐 훨씬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보였으니까요.

많은 정상적인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에 대해 로맨틱한 환상을 품고 있습니다. 정신병의 미화는 최근의 성향이 아닙니다. 수잔나가 그런 판타지에 말려들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전혀 없지요. 다른 로맨티스트들처럼 수잔나는 환상 속에서 안식처를 찾은 겁니다. 수잔나가 정신병원에서 겪는 체험은 따라가다보면 신나고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오즈광인 조지나나, '방화범' 폴리나, 리사나, 모두 병원 밖의 따분한 사람들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재미있습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정신병자들을 로맨틱하게 미화했다고 비난했는데, 아주 공정한 비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 쿨한 느낌 역시 영화 주제의 일부였으니까요. 영화는 수잔나의 주관적인 인상을 묘사한 것이지 사실 자체를 그린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환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후반부에서 수잔나의 환상은 처절하게 박살나고 그녀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옵니다. [뻐꾸기 둥지로 날아든 새]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아도 더 현명한 결단이죠. 언제까지 환상 속에서만 살 수는 없으니까요.

2.

[처음 만나는 자유]는 문제가 꽤 많은 작품입니다. 제임스 맨골드의 연출은 평범하고 각본 역시 잘 흘러가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중반까지만 본다면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잘한 편입니다. 에피소드 위주의 일기를 극장용 영화 각본으로 각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영화는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엮으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맨골드의 연출이 평범하다고 했지만 이 영화처럼 배우 위주인 작품에서 감독이 너무 튀면 그것도 또 문제죠.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비교적 잘 꾸려왔던 이야기들이 망가져 버립니다. 환상이 깨어지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좋습니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주제를 강조하고 결말을 만들려는 시도 때문에 뒷부분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이 부분이 수잔나의 변신을 지나치게 강요해서, 수잔나는 환상에서 깨어나 자기 생각을 찾은 사람 대신 감정적 책임 회피를 위해 비굴해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리사와의 대립도 멜로드라마틱한 티가 너무 강하고요. 그 때문에 전반부에 쌓아놓았던 좋은 인상마저도 금이 가고 말아요.

이렇게 망가진 전체적인 인상을 개선하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우피 골드버그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같은 비중있는 배우들의 단단한 조역도 좋고, 클리어 듀발이나 브리타니 머피와 같은 좋은 신인들의 호연도 인상적이지만, 역시 이 영화의 핵심은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입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새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둘 다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재활용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런 익숙함이 연기의 힘과 깊이를 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가식적으로 흘러가는 동안에도 이들의 연기는 진실되고 강렬합니다. 둘 사이의 성적 긴장감도 대단하고요. 결과야 어떻건 앞으로 이 영화가 이들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견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군요. (00/06/09)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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