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주연
에이드리언 브로디....엔조 아볼피 경위
Adrien Brody....Inspector Enzo Avolfi
엠마뉘엘 세이네....린다
Emmanuelle Seigner....Linda
엘사 파타키....셀린
Elsa Pataky....Celine
로버트 미아노....모리 경위
Robert Miano....Inspector Mori

아볼피 경위와 린다

다리오 아르젠토가 [지알로]라는 제목의 지알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꼭 개콘 농담 같지만 진짜입니다. 이 영화의 '지알로'도 노란 커버 추리 소설이나 영화 장르가 아니라 살인마의 별명이지요. 그는 못생긴 얼굴의 덩치 큰 남자로 아름다운 외국인 여성들을 납치해 고문하다가 죽입니다. 그를 추적하는 사람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연쇄살인범 전문가인 엔조 아볼피 경위와 마지막 희생자의 언니인 린다.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이 아볼피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영어만 쓰는 이탈리아 다국적 영화의 가상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아르젠토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지알로]도 호러팬들에게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 팬들은 아르젠토보다 작가들을 나무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 이 영화의 각본은 아르젠토가 직접 쓴 게 아닙니다. 짐 애그뉴와 숀 켈러라는 미국 작가가 썼지요. 아르젠토도 [지알로]가 예외적인 영화이며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 자기가 직접 각본을 쓸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작업이 그렇게 편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각본이 나쁜 걸까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들 중 정말로 각본이 좋은 작품은 없지 않습니까? 애그뉴와 켈러의 각본도 다리오 아르젠토의 이전 각본들과 비교해 특별히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말이 안 되고 아르젠토의 이전 영화에서 이것 저것을 가져온 것도 맞아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아르젠토 영화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 읽을 수 있지 않나요? 나쁜 게 아니라 팬들이 쓴 팬픽에 가까운 거죠. 오히려 아르젠토의 각본들보다 더 능숙한 부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각본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르젠토의 작업장식과 그렇게 잘 맞지 않았을 뿐이죠. 특히 어느 정도 열려 있는 결말 같은 걸 보면 그렇습니다. 아르젠토와 같은 늙은 거장이 아닌 보다 젊고 자의식없는 감독이 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훨씬 말이 되었을 거고 더 '웰메이드'에 가까웠을 겁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이건 아르젠토의 영화입니다. 그것도 후기 아르젠토죠. 스토리의 논리는 오래 전에 쌈싸먹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민망할 정도로 나쁩니다. 브로디는 그래도 자기 실력 가지고 본전은 찾고 있지만 엠마뉘엘 세이네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고 돈 받을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렇다고 전성기의 아르젠토 영화들처럼 이 모든 것들을 날려버리는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작가들도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을까요. 그들도 눈과 머리가 있는데.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지알로]는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거든요. [슬립리스] 정도는 아니지만 [카드 플레이어]처럼 심심하지는 않아요. 작가들 때문인지 서스펜스는 의외로 강합니다. 컬러풀한 살인장면은 예상 외로 적지만 전성기 아르젠토 영화들을 특징 짓는 독특한 광기가 뻔한 미국식 연쇄살인마 프로파일링 속에서도 아직 남아있지요. 이것들을 아르젠토의 찌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루한 찌꺼기는 아니죠. 작품의 '질'에 신경쓰지 않고 본다면 재미있는 부분이 꽤 되는 영화란 말입니다. 아르젠토가 앞으로 전성기에 만들었던 것과 같은 힘있는 작품들을 앞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팬들이 본전을 찾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아직도 그는 소매 속에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잔재주 몇 개를 더 숨겨두고 있을 겁니다. (09/10/29)

DJUNA

기타등등

부산영화제에서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 하나 때문에 부산에 갔었죠. 영화가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르젠토와 같은 공간에서 그의 신작을 보는 기분은 남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