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더필드 Mark Duffield

주연
파타라티다 파차라위라퐁....낙
Pataratida Pacharawirapong....Nak
시와트 초트차이차린....막
Siwat Chotchaicharin....Mak
포른팁 파라나이....매낙
Porntip Papanai....Mae Nak
자란 엔감디....포르막
Jaran Ngamdee....Por Mak

낙과 낙

올해 부천 영화제에서 제가 선택한 태국 영화는 [매낙의 공포]. 그런데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마크 더필드라는 영국인입니다. 각본도 영어로 쓴 걸 나중에 다른 사람이 태국어로 번역해 작업했다는군요. 더필드는 2002년에 [Butterfly Man]이라는 영국/태국 합작 영화의 촬영감독으로 일한 적 있는데, 아마 그 때 태국 영화에 흥미를 가졌나 봅니다. 하긴 태국영화 르네상스의 주요 인물인 팡씨형제도 태국인은 아니니까요. 이런 식으로 외부의 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것도 저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제목이 낯이 익다고요? 당연하죠. 제목에 나오는 매낙은 유명한 태국 전설입니다. 여러분도 아세요.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이 아내와 갓난아기에게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는데, 알고 봤더니 둘은 유령이었고 아내는 그걸 남편에게 알린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논지 니미부트르가 99년에 히트작 [낭낙]에서 원작으로 삼았던 이야기가 바로 이겁니다. [매낙의 공포]에도 이 전설을 재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꼭 [낭낙]의 리메이크 요약판처럼 보여요.

영화 전체가 리메이크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낙과 막이지만, 이들은 21세기 방콕에 사는 신식 젊은이들이에요. 문제가 있다면 남자 쪽인 막이 밤마다 긴머리 여자 귀신의 유령을 본다는 것이죠. 둘은 결혼해서 오래된 집에 이사를 하는데, 그 뒤로 막의 악몽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그래도 나쁜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그 귀신은 그 순진무구한 젊은이들을 괴롭히려는 부동산 사기꾼이나 빈집털이범을 공격하기도 하거든요. 이 귀신의 정체는? 바로 전설의 매낙이었어요. 하필 그 커플이 구한 집이 매낙의 집이었던 겁니다. [낭낙]에서 보았을 때는 정말 오지던데, 방콕 시내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이었단 말인가요?

이게 얼마나 이치에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막과 낙이 매낙의 전설에 대해 그렇게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심지어 저도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고 몇 년 전에 대 히트한 영화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 곳이 정말 매낙의 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매낙의 의도나 행동이 흐릿한 건 귀신이니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해도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설득력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나이브합니다. 제3세계 영화라서 그렇다는 말은 통하지 않죠. 태국은 만만치 않은 인력과 경험을 보유한 일급 영화 생산국이고 감독인 마크 더필드는 영국인이니까. 오히려 감독의 경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기성품 태국 영화를 만들려는 노골적인 시도거나요. 하여간 세련된 영화 대신 [토요 미스터리] 같은 프로그램의 한 에피소드를 보신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06/07/21)

DJUNA

기타등등

이 전설과 관계된 20번째 영화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