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베르트랑 블리에 Bertrand Blier

주연
제라르 드파르디외....라울
Gérard Depardieu....Raoul
카롤 로르....솔랑쥬
Carole Laure....Solange
파트리스 드베르....스테판
Patrick Dewaere....Stephane
리통 리브만....크리스티앙 벨로이유
Riton Liebman....Christian Beloeil
미셸 세로....이웃
Michel Serrault....Neighbor
엘네노르 이르....벨로이유 부인
Eléonore Hirt....Madame Beloeil
장 루제리....벨로이유 씨
Jean Rougerie....Mr. Beloeil
실비 졸리....행인
Sylvie Joly....Passerby
릴리안 로베르....바텐더
Liliane Rovère....Bartender

스테판, 솔랑쥬, 라울

[손수건을 꺼내라]는 베르트랑 블리에의 첫 히트작인 [Les Valseuses]에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작처럼 이 영화도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무도덕적인 두 남자들과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사이의 이상한 관계를 다루고 있죠. 전작의 두 남자 주연 배우들도 비슷한 역에 다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우락부락하고 거칠던 전작과는 달리 [손수건을 꺼내라]는 보다 세련되고 고상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라울과 스테판은 전작의 장 클로드나 피에로와는 달리 비교적 안전하고 아주 로맨틱하며 섬세한 사람들입니다. 둘 다 여자 주인공 솔랑쥬에 깊이 빠져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도를 걷는 영화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막나가기는 전작을 능가해요. 특히 후반부로 접어들면 말입니다.

내용. 우리의 남자 주인공 1번인 라울은 아내 솔랑쥬를 정신없이 사랑합니다. 당연히 그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지만 아내는 우울증에 걸린 스핑크스처럼 신비스럽게 차갑기만 해요. 순진하게도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 라울은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남자 주인공 2번 스테판을 다짜고짜 아내에게 붙여줍니다. 라울과 스테판은 솔랑쥬를 공유하기 시작하지만 솔랑쥬의 우울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솔랑쥬가 조숙한 13살박이 천재 소년 크리스티앙을 만나 사랑에 빠지자, 두 남자들은 드디어 솔랑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고 생각하죠.

[손수건을 꺼내라]는 결코 어른스러운 러브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남자들은 단 한 번도 솔랑쥬와 제대로 된 감정 교류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감정 교류는 커녕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도 이해하지 못하죠. 이 남자들은 단지 그녀를 여신처럼 숭배할뿐입니다. 아니, 여신상이 더 맞는 표현이겠어요. 은근히 솔랑쥬를 비싸고 소중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물건 취급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들에게 이상할 정도로 소유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로, 솔랑쥬가 행복을 찾으면 그들을 떠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헌신은 거짓없이 순수합니다. 하긴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이 기형적으로 보이는 거죠. 그들의 사랑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들은 단지 자기들을 뒤흔드는 감정의 미스터리에 혼란스러워하면서 그들이 더듬거리며 추론해낸 사랑의 이미지에 매달리는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자기네들이 뭘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들이 툭하면 상식과 도덕의 경계를 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굉장히 프랑스적인 내용이지만, 이 영화의 형식은 오히려 미국적입니다. 특히 3,4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와 우디 앨런의 영화들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빌려오고 있어요. 블리에는 미국 스크루볼 코미디에서 그러는 것처럼 엉뚱하고 말잘하는 캐릭터들을 잔뜩 끌어와 재치있는 대사들로 가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라울은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처럼 길가는 행인을 멋대로 잡아 끌어와 인생 상담을 요구하기도 하죠. 영화가 고유의 힘을 잃지않으면서도 프랑스 코미디의 장황함에 빠지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적절한 조화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베르트랑 블리에는 이후에도 꽤 흥미로운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의 정점은 [손수건을 꺼내라]인 듯 합니다. [내게는 너무 예쁜 당신] 이후로는 이 사람 영화를 본 적 없지만 소문을 들어보면 그렇다는 말이죠. (02/02/12)

DJUNA

기타등등

[손수건을 꺼내라]는 현대 관객들에겐 오히려 더 위험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13살짜리 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다루는 이야기잖아요. 하긴 영화의 흐름을 보면 정반대라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