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 Dominique Deruddere

주연
조세 드 파브....장
Josse De Pauw....Jean
에바 반 데어 구트....마르바
Eva van der Gucht....Marva
베르너 드 스메트....윌리
Werner De Smedt....Willy
테클라 루텐....데비
Thekla Reuten....Debbie
빅토르 뢰브....마이클
Victor Löw....Michael
게르트 포르텔....샹탈
Gert Portael....Chantal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마르바와 장

[에브리바디 페이머스]는 플랑드르어권 벨기에 연예계 버전 [코미디의 왕]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코미디언 지망생이 유명 코미디언을 납치하는 대신 딸을 스타로 만들려는 아빠가 유명 가수를 납치해요.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 장은 [코미디의 왕]의 루퍼트 펍킨처럼 극단적인 미치광이는 아닙니다. 연예계의 꿈을 품고 사는 평범한 공장 직공 아저씨에 불과해요. 하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아저씨가 살고 있는 공업도시는 정말로 심심한 곳이거든요. 실직하기 전까지 먹고 사는 건 큰 문제 없지만 별 재미도 없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다가 익명으로 늙어 죽는다는 생각은 상당히 끔찍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우린 빵만으로는 살 수 없잖아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색을 입힐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장에게 딸인 마르바는 그런 환상을 충족시킬만한 도피처입니다. 장은 마르바에게 대단한 재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상당히 뚱뚱한 편인 마르바는 결코 팔릴 만한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죠. 자기도 그걸 알고 있어서 무대에 서기만 해도 위축이 되고요.

느긋하게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아 장이 실업자가 된 뒤부터 급하게 진행됩니다. 우연히 만난 가수 데비를 거의 충동적으로 유괴한 장은 데비를 인질로 이용해 마르바를 연예계에 데뷔시키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코미디의 대부분은 그가 처절할 정도로 서툴고 눈치없는 유괴범이라는 데에서 옵니다. 아마 데비의 매니저 마이클에게 다른 꿍꿍이가 없었다면 유괴 다음날 잡혔을 거예요. 이 유괴사건의 진짜 주인공은 장이 아니라 마이클입니다. 마이클은 유괴 사건을 데비의 신보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장이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마르바의 데뷔를 미디어 스턴트로 이용하려 합니다.

[에브리바디 페이머스]는 비교적 따뜻한 코미디입니다. 가끔 지나치게 주인공들을 잘봐준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이 영화엔 루퍼트 펍킨이나 마샤같은 극단적인 캐릭터도 없습니다. 유괴 사건이라는 게 일어나긴 하지만 손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완벽한 해피 엔딩이죠.

그러나 이런 완벽한 해피 엔딩 때문에 오히려 스토리 뒤에 숨겨진 뒤틀림이 더 잘 드러나기도 합니다. 영화는 장과 미르바의 성공담을 다루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클의 꼭두각시이며 희생자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합니다. 미디어와 대중으로 연결된 고리가 빙빙 돌며 공허한 환상을 재창출하는 과정의 묘사야 말로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아무리 냉정하게 보려고 해도 딸을 위한 장의 처절한 헌신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아까는 그들이 미디어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놀려댔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자기 삶에 색을 칠할 수 있는 이들이 회색 도시에서 회색 카드보드 인형으로 존재하다 죽어가는 이들보다 운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부인하기도 힘들지 않겠어요? [에브리바디 페이머스]의 달콤한 해피엔딩이 철저하게 겉꾸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02/02/25)

DJUNA

기타등등

제가 위에 올린 포스터는 플랑드르어 오리지널입니다. 하지만 해외 버전 포스터 대부분은 마르바 대신 데비를 얼굴 마담으로 삼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