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줄리아 콴 Julia Kwan

주연
피비 쿳....이브 엥
Phoebe Kut....Eve Eng
홀리 로....카리나 엥
Hollie Lo....Karena Eng
비비안 우....메이 링 엥
Vivian Wu....May Lin Eng
레스터 칫-만 찬....프랭크
Lester Chit-Man Chan....Frank
제시카 옴리....샐리
Jessica Amlee....Sally
제니버 천....여신
Jennifer Cheon....Goddess
알렉서스 듀몽....아만다
Alexus Dumont....Amanda
파완 길....수린더
Pawan Gill....Surinder

카리나와 이브

이브는 뱅쿠버에 사는 중국계 소녀입니다. 시대배경은 1970년대. 이 시기에 [이브와 화이어 호스]의 감독이자 작가인 줄리아 콴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당연히 자서전적인 이야기이며 이런 식의 회고적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느슨하게 연결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브와 이브의 언니 카리나의 모험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문화 충돌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 문화 충돌은 종교라는 모습으로 드러나요. 카리나는 집을 방문한 선교사들 덕택에 기독교 믿음에 눈을 뜨게 되고 가톨릭교에 입문합니다. 이브 역시 언니를 따라 주일학교에 나가게 되고요. 하지만 융통성 없는 사막 종교의 교리는 실용적이고 절충적인 중국인들의 문화와 은근슬쩍 어긋납니다. 엄마 아빠는 집안 사람들이 무얼 믿건 신경 쓰지 않아요. 믿는 신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은 일이니까요. 종교를 가진 애들은 부모 말을 잘 듣는다고 하고요. 하지만 뻣뻣한 유럽계 캐나다인들의 관점으로 보면 이런 태도는 그냥 불경스럽죠.

[이브와 화이어 호스]는 서구 문화와 중국 문화 양쪽에 발을 디디고 선 상상력 풍부한 소녀의 관점에서 이 혼란스러운 세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브는 가톨릭 믿음에 진지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중국 문화의 전통을 버리지도 않습니다. 이브가 현실과 환상을 굳이 구별하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가시관을 쓴 예수와 뚱뚱한 부처가 집 거실에서 함께 춤추는 말도 안되는 일도 영화 속에서는 당연히 벌어집니다.

이브의 다채로운 세계는 한 예술가의 성장과 투쟁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가톨릭과 불교, 중국 미신, 도교의 믿음이 멋대로 섞여 있는 이브의 세계는 어린 예술가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참과 거짓, 믿음과 불신으로 모든 것을 구분하는 서구인들이 이브를 받아들이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죠.

[이브와 화이어 호스]는 결론을 내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이브나 카리나는 아직 모두 어리죠.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이브의 탐색은 진행형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줄리아 콴에게도 사정은 다르지 않겠죠. 하지만 결론이 없다고 보챌 필요는 없어요. 그 과정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우니까요. (06/08/07)

DJUNA

기타등등

부천 영화에서 좀 늦게 예약한 영화였어요. 구석 자리밖에 없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죠. 하지만 언제나처럼 텅텅 비는 좌석들. 튀는 영화도 아니고 평일 오후 상영이었으니 당연했죠. 도대체 그 자리들은 남겨두고 어쩔 생각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