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로지 Joseph Losey

주연
잔느 모로...에브 올리비에
Jeanne Moreau....Eve Olivier
스탠리 베이커....타이비언 존스
Stanley Baker....Tyvian Jones
비르나 리시....프란체스카 페라라
Virna Lisi....Francesca Ferrara
제임스 빌리어스....앨런 맥코믹
James Villiers....Alan McCormick

에바/이브/에브

타이비언 존스는 데뷔작으로 국제적인 히트를 친 웨일즈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죠. 프란체스카라는 아름답고 부유한 여자친구도 생겼고 두 번째 소설의 시놉시스도 영화사에 팔렸으며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유명인사들을 친구로 거느리고 호사스럽게 살고 있으니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입니다. 하지만 그러던 그의 인생에 제동을 거는 일이 일어났으니, 우연히 '고객'과 함께 그의 별장으로 무단침입한 다소 수상쩍은 직업을 가진 한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된 거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바라고 부르고 타이비언은 이브라고 부르는 이 여자를 만난 뒤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잔느 모로가 연기한 여자주인공 이름이 에바이고 영화 시작과 끝에 창세기의 구절들이 언급되니, 이 이야기는 남자들을 파멸로 몰고가는 여자들, 적어도 그런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욕망에 대한 비극적 고찰일 겁니다. 그래야하지 않겠습니까? 제임스 하들리 체이스의 원작소설이 어떤지는 몰라도 조셉 로지의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두 핑곕니다. 이 영화에서 에바는 전혀 책 잡힐 이유가 없어요. 무척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수상쩍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성격이 못됐지만 고객들을 무리하게 몰아붙이지도 않고 대부분 고객들 역시 에바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죠. 타이비언을 빼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도 없고요. 이 영화에서 발생하는 민폐의 대부분은 에바와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다 타이비언 때문이에요. 그는 무능하고 저열하고 비겁하고 위선적입니다. 에바가 없었다고 해도 그는 결국 몰락했을 것이고 민폐는 일어났을 겁니다. 그런데도 치사하게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다 세워놓고 모두 저 여자 때문이라고 우기고 있단 말이죠.

그 저열함이 오히려 솔직하지 않냐고요? 그럴 수도. 하지만 전 확신이 안 섭니다. 로지의 이 영화는 주제와 이야기가 분명치 않은 난장판이에요. 제작자들과 틀어져 난도질 당한 영화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엔 원래부터 그냥 그랬던 것 같아요. 원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장이 자기 멋대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영화가 서서히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거죠. 여전히 거장의 작품이고 잔느 모로와 같은 좋은 배우들이 참여했으니 흥미진진하며 종종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제대로 완성된 작품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요. (08/05/19)

DJUNA

기타등등

16일날 봤는데, 왼쪽 맨 뒷자리에 앉은 커플이 영화내내 뭐라고 속닥거리더군요. 짜증나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자기네들은 조용히 이야기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중간의 제 자리에서도 들렸거든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제발 반성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