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부터 A&C에서는 [X 파일]을 1시즌부터 재방송합니다. 12회까지는 더빙으로 하고 나머지는 자막으로 했다가 반응을 보아서 한쪽으로 통일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통일을 해야 하는 걸까요? 둘 다 할 수 있을텐데.

어차피 그 사람들은 본전 뽑기 위해 죽어라 재방송을 해대야 할 판입니다. 그게 케이블의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같은 걸 되풀이 하느니 약간 다른 변화를 주는 게 낫지 않겠어요?

새 시리즈라면 돈이 더 들겠지요. 하지만 [X 파일]은 이미 자막판이 방영된 시리즈입니다. 둘 다 한다면 자막판만 하는 것보다 특별히 돈이 더 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국내에도 선례가 있습니다. 대교 방송에서 [세사미 스트리트]를 원어판과 더빙판으로 나누어 모두 방영하고 있지요. 전혀 다른 성격의 시청자들이 같은 프로그램으로부터 전혀 다른 혜택을 얻고 있는 셈입니다.

[세사미 스트리트]가 할 수 있다면 [X 파일]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는 민감한 시청자들이 많으니 이런 식으로 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죠.

재방송의 활용에는 영화 프로그램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미 [햄릿]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한 적 있습니다만,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와이드 스크린 영화를 방영할 때 재방송은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이 작은 시청자들은 팬 앤 스캔 버전을 보면 되고 충분히 화면이 큰 텔레비전을 가졌거나 순수주의자인 시청자들은 레터박스를 보면 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셈이지요.

전 이렇게 해서 추가지불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 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 전문'이라는 딱지를 단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요? 70밀리 영화를 팬 앤 스캔으로 보는 것만큼 짜증나는 건 없단 말입니다. (99/03/3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