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잭 키니 Jack Kinney

주연
클레어런스 내쉬....도널드 덕
Clarence Nash....Donald Duck

도널드 덕

이 아카데미 수상작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거의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이, 다른 도널드 덕 단편 영화들과는 달리, [총통의 얼굴]은 철저하게 시대적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선전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때야 적을 놀리고 야유하고 저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관대해질 필요가 있지요. 특히 그 선전영화의 주인공이 도널드 덕과 같은 '아이들의 친구'라면요.

그러나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가 여전히 상영된다면 [총통의 얼굴]도 같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그 정치적 의미는 조금 떨어집니다. [위대한 독재자]는 채플린 개인의 신념을 담은 정치적 선언이었지만 [총통의 얼굴]은 전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공장 제작된 소모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총통의 얼굴]의 풍자 강도가 [위대한 독재자]보다 특별히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 단편에서 그리는 [Nutzi Land]는 가장 근사한 할리우드제 디스토피아입니다. 잔인하고 무자비하고 어처구니 없으며 웃깁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널드 덕은 나찌 치하의 독일 (또는 'Nutzi Land')에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는 탄피 공장의 중노동, 히틀러에 대한 개인 숭배 강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히틀러 예찬가의 소음 공해에 시달립니다. 다행히도 이 모든 건 '자유의 땅' 미국에 사는 도널드 덕이 꾼 악몽입니다. 영화 끝에서 도널드 덕은 자유의 여신상 모형을 끌어안고 그 끔찍한 땅에서 살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몇몇 농담엔 채플린의 영향이 보입니다. 탄피 공장 묘사는 [모던 타임즈]와 비슷해요. 히틀러를 다룬 풍자극이면서 [위대한 독재자]의 영향이 안 들어 있을 수는 없고요. 하지만 이 작품엔 디즈니 고유의 농담들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채플린과는 달리 늘 화가 나 있고 짜증이 난 상태인 도널드 덕의 존재 자체가 그렇죠. 세상 모든 것들이 도널드 덕을 화내게 한다는 이 캐릭터의 기본 설정은 전쟁 프로파겐다 영화에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주제가인 [총통의 얼굴]을 부르는 나찌 밴드나 지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스와스티카를 닮은 'Nutzi Land'의 묘사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점을 아주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프로파겐다로도 나름대로 공정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전체를 적으로 모는 대신 나찌에게 시달리는 평범한 독일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진짜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금을 긋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독일인 스테레오 타입을 놀려대고 있고 일본인 캐릭터를 그릴 때 노골적인 인종차별 묘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려지는 건 아니지만요. (05/12/28)

DJUNA

기타등등

이 작품은 [Walt Disney Treasures - The Chronological Donald, Volume Two (1942-1946)] DVD 세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