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샬 허쇼비츠 Marshall Herskovitz

주연
캐서린 맥코맥....베로니카 프랑코
Catherine McCormack....Veronica Franco
루퍼스 슈얼....마르코 베니에르
Rufus Sewell....Marco Venier
올리버 플랫....마피오 베니에르
Oliver Platt....Maffio Venier
모이라 켈리....베아트리체 베니에르
Moira Kelly....Beatrice Venier
나오미 와츠....줄리아 드 레제
Naomi Watts....Guila De Lezze
프레드 워드....도메니코 베니에르
Fred Ward....Domenico Venier
재클린 비세트....파올라 프랑코
Jacqueline Bisset....Paola Franco
제론 크라베....피에트로 베니에르
Jeroen Krabbé....Pietro Venier
조안나 캐시디....로라 베니에르
Joanna Cassidy....Laura Venier

1.

딸을 매춘부로 만들려는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머니가 돈에 눈이 먼 형편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온 가족이 쪼들리는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단일 수도 있고, 사회가 억지로 강요한 결과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건, 우리는 이런 설정에서 절망감과 불편함을 읽습니다.

하지만 [데인저러스 뷰티]의 프랑코 모녀에겐 그런 절망감 따위는 없습니다. 어머니인 파올라 프랑코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죠. 이 영화의 무대인 16세기 베네치아에서 여자들의 삶은 감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교육받을 기회도, 자기 의지대로 삶을 살 기회도 없었지요. 그들은 아기 낳는 기계이며 대접받지 못하는 소유물이었습니다.

단지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예외였습니다. 수녀와 고급 매춘부들 말입니다. 그리고 파올라의 딸인 베로니카는 수녀가 될 사람이 절대로 아니었지요. 파올라는 자신이 젊었을 때 누렸던 자유로운 삶과 교육받을 기회를 딸에게 물려준 것입니다.

결과는? 베로니카 프랑코는 베네치아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고급 매춘부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매춘부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시인이기도 했죠. 그녀의 작품에 숨어 있는 르네상스 시대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현대 문학 연구가들에게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자유'와 '교육'에 대해서만 따진다면 파올라 프랑코는 딸에게 대단한 선물을 한 셈입니다.

2.

[데인저러스 뷰티]의 원작은 마가렛 로젠탈의 전기 소설인 [The Honest Courtesan]입니다. 베로니카 프랑코는 로젠탈의 평생 연구 대상으로, 나중에 그녀는 베로니카 프랑코의 시와 편지를 모아 번역하기도 했죠. 한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이름이 돌던 프랑코의 이름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도 로젠탈의 공입니다.

책이 성공하자 영화화 계획도 추진되었습니다. 그런데 베로니카 프랑코의 이야기는 어느 쪽에서 영화로 만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지한 페미니스트의 손에 들어간다면 심각하고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보다 상업적인 면을 고려하는 제작자의 손에 넘어간다면,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섹스, 화려한 의상이 결합된 번들거리는 사극이 될 겁니다.

[데인저러스 뷰티]가 택한 길은 어느 쪽일까요? 후자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이 영화는 정말 사치스러운 작품이니까요. 실제로 그렇게까지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제공하는 시각적 호사스러움은 결코 얕볼 게 아니지요. [데인저러스 뷰티]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사극 팬들이 원하는 바로 그런 것들을 제공해주는 작품입니다. 여성 취향이고, 할리퀸 로맨스 분위기가 풀풀 풍기며,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은 정말 예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야심도 품고 있습니다. 사실 2000년대를 사는 관객들한테 베로니카 프랑코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페미니즘을 건너 뛸 수는 없습니다. 베로니카 프랑코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가 그 갑갑한 세계에서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니까요.

그 결과 영화는 [달라스] 뺨치는 멜로드라마이면서도 심각하게 페미니즘 연설을 해대는 엉뚱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둘은 결코 잘 결합된 편이 아니며 그 결과는 종종 경박해지기까지 합니다. 아니,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박해요. 결코 깊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요. 드라마도 강한 편이 아니며 몇몇 심리묘사도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악역'인 마피오 베니에르는 더 진지하게 묘사되어야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베로니카 프랑코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중반부 이후의 갈등이 약해졌거든요.

하지만 관객으로서 그 어색한 결과물을 즐겼다는 점도 고백해야겠군요. 그리고 거기에 아주 죄의식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에로틱한 사극과 진지한 페미니즘의 결합이 어설픈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태도가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조금 장황하게 연설을 늘어놓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논점 역시 꽤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고요. 고급 매춘부 겸 페미니스트라는 프랑코의 모순된 위치 역시 미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드라마가 약하다고 불평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소프 오페라식의 천박하고 유쾌한 재미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남성 캐릭터들은 지루한 편이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흥미롭습니다. 특히 파올라와 베로니카 프랑코 모녀는 계속 지루함 없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캐릭터의 뼛속 깊이 파고들만큼 깊이 있게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근사한 대리 만족을 선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지요. 그들을 연기한 재클린 비셋과 캐서린 맥코맥 역시 알찬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둘은 정말 모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닮았어요.

3.

영화의 해피 엔딩은 사실과 아주 일치하지 않습니다. 베로니카 프랑코가 종교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재산을 압수당하고 집이 약탈당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애인인 마르코 베니에르가 죽은 뒤로는 경제적으로도 힘겨워 했다고 하고요. 베로니카 프랑코의 말년은 영화가 그린 것처럼 그렇게 밝지 못했습니다.

[데인저러스 뷰티]에 등장하는 베네치아는 장미빛 열기로 가득 찬 호사스럽고 화려한 도시입니다. [도브]에 등장하는 어둡고 로맨틱한 도시와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군요. 하여간 둘 다 멋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베로니카의 와상은 지오르지오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표절한 것이었습니다. 맥코맥의 20세기식 날씬한 몸매와 베네치아 파의 풍만한 분위기가 잘 맞는 편이 아니었어요. (00/06/14)

DJUNA

기타등등

영어로 번역된 베로니카 프랑코의 작품을 읽고 싶으시다면 다음 사이트가 도움이 될 겁니다.

http://mh105.infi.net/~ddisse/franc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