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카스 무디손 Lukas Moodysson

주연
제나 말론....여자/화자
Jena Malone....The Woman/Speaker
페터 로렌트존....남자
Peter Lorentzon....Man
마리하 오베리....여자
Mariha Åberg....Woman

여자

요새 루카스 무디손은 왜 저런답니까? [쇼우 미 러브]나 [투게더]를 만들던 건전 좌파 전직 교사 아저씨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 같아요. 휘잉~~. 최근 그가 만들고 있는 영화들은 그가 이전에 만들던 영화들과는 정반대입니다. 건전한 주제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적절하게 배합된 전통적인 드라마는 사라지고, 심술궂고 관객과의 소통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아방가르드 영화들이 그 빈 자리를 차지했지요.

[컨테이너] 역시 편한 소통을 의도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토요일에 보실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정 설명을 해드리죠. 영화는 다소 졸리고 무감각한 제나 말론의 영어 나레이션이 흘러가는 동안 일련의 흑백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나레이션에 따르면 이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못생긴 뚱보 아저씨는 자기가 남자 몸 안에 갇혀 있는 여자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가끔 날씬한 아시아인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사람은 아마도 뚱보 아저씨가 자기 몸 속에 있다고 믿는 그 여자일 것입니다. 가끔 아저씨가 여자를 업고 다니는 장면들이 나오고 남자가 하는 동작을 여자가 잇기도 하거든요. 줄거리는 있냐고요? 그런 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남자의 내면 세계를 특별한 목적 없이 쏟아내는 거죠.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72분 동안 지속되는데, 그 체감 시간은 당연히 72분보다 훨씬 깁니다.

이 영화의 논리는 위에서 제가 말한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아니, 조금 더 흐릿한 것이겠죠. 제나 말론의 나레이션은 단순히 자길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내면만을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나레이터는 종종 그 뚱보 남자 역을 맡은 남자 배우가 되기도 하고 가끔 스웨덴에 처음 와서 이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는 미국 배우 제나 말론이 되기도 해요. 영화의 소재도 패리스 힐튼이나 올슨 자매, 브래드 피트나 제니퍼 애니스톤과 같은 미국 연예계 사람들에 대한 가십에서부터 노골적이고 신성모독적인 기독교 상징까지 멋대로 흐릅니다. 영화는 말 그대로 온갖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담은 '컨테이너'입니다.

도대체 무디손은 이렇게 관객들을 괴롭히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음... 전 제나 말론이 72분 동안 중얼거렸던 그 모든 이야기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화자가 무디손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여러분이 그 영화를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면... 당연히 그 역시 그가 의도했던 거겠고요. 무디손은 뭔가 엄청나게 심각한 실험을 한 걸까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품 자체를 보면 이 영화는 오히려 복고적입니다. 하긴 아방가르드라는 개념 자체가 복고적이죠. [컨테이너]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만들어지던 20년대나 6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언제까지 그가 여기에 머물게 될 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06/09/14)

DJUNA

기타등등

위키에서 영화에서 언급되는 포르노 스타 사바나의 자료를 찾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최근 사람이더군요. 하여간 슬픈 이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