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지운

주연
재연 재민....신하균
재연 현주....구혜주
재연 지은....장이지
피빨린 여중생....노을
질문자....김일웅
실제 재민....이재욱
과외 선생님....임원희
공항남자....조득제
어린 현주....임채원
코피 쏟은 아이....박준하
현주 선배 언니....박리나
우정 출연....우희진

(혹시나 백에 하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모르는 분이 계신다면 잽싸게 떠나시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커밍아웃]은 간단한 말장난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주인공 현주가 동생한테서 비디오를 빌려 무언가 심각한 것을 고백하려 하면서 시작되지요. [커밍아웃]이라는 제목을 본 관객들은 현주가 동성애자라고 짐작하지만 예측은 살짝 빗나갑니다. 현주는 흡혈귀였으니까요.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누나의 비밀을 알게 된 재민과 재민의 여자 친구 지은은 서서히 그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커밍아웃]은 두 가지 방식으로 동성애와 흡혈귀를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커밍 아웃'이라는 단어의 사용으로 관객들을 오도하는 장난이고, 두번째는 흡혈귀 소재를 이용해 노골적인 동성애 암시를 퍼부어대는 장난이죠.

결코 세련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은 농담이지만,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아마 덜 세련된 농담이어서 더 잘 먹힐지도 모르죠. 요샌 흡혈귀들을 이용한 동성애 암시가 이처럼 노골적인 경우는 드무니 꽤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흡혈귀라는 소재가 동성애 소재를 보편화시킨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소재 결합과 제목의 말장난이 결합한 결과 영화의 이야기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수에 의해 소외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영화 후반에 쓰여지는 두 편의 마그리트 그림은 혹시나 놓친 사람이 있을까봐 그 주제를 못박아 놓습니다.

그러나 장점은 대충 여기서 끝난 듯 합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영화가 이 아이디어를 충분히 구현했느냐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러닝타임의 문제입니다. [커밍아웃]은 단편이지만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긴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의도하지 않은 만연체의 코미디죠. 늘어지는 타이밍 때문에 코미디는 적절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소재에 대한 짧은 이해 탓인지, 진짜 힘있는 유머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가짜 다큐멘터리의 활용이나 유머스러운 작은 디테일들은 눈에 뜨이지만 대부분 장식입니다. 정작 다루고 있는 주제에 못을 박는 농담들은 성공하지 못한 편입니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장면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할 지 모르겠군요. 우선 앞부분의 코미디와 성격이 너무 달라서 아주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그런 이질성 자체를 트집잡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소프트 코어 레즈비언 포르노를 보는 듯한 겉도는 시선은 별로 와닿지 않는군요. 이 영화가 아무리 머리로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도 그걸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남성 이성애자의 시선에 고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차라리 주인공을 남자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랬다면 '예쁜' 화면을 만들 때 써먹었던 에너지를 보다 창의적으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요. (00/12/24)

DJUNA

기타등등

영화를 보시려면 씨네포엠으로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