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루스 Citizen Ruth (1996) * * *
감독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주연
로라 던....루스 스툽스
Laura Dern....Ruth Stoops
스우지 커츠....다이앤
Swoosie Kurtz....Diane
커트우드 스미스....놈 스토니
Kurtwood Smith....Norm Stoney
메리 케이 플레이스....게일 스토니
Mary Kay Place....Gail Stoney
켈리 프레스턴....레이첼
Kelly Preston....Rachel
M.C. 게이니....할란
M.C. Gainey....Harlan
알리시아 위트....셰릴
Alicia Witt....Cheryl
티피 헤드렌....제시카 와이스
Tippi Hedren....Jessica Weiss
버트 레이놀즈....블레인 기븐즈
Burt Reynolds....Blaine Gibb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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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인의 첫 극장용 장편 영화인 [시민 루스]는
HBO 영화 [더 월]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낙태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결과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더 월]이 심각하게 낙태라는 소재의
다양한 측면을 더듬으며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면 [시민 루스]는 난폭하고 매정한
풍자로 낙태 지지자와 반대자 양쪽 세력 모두를
놀려대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시민 루스'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마약 중독자입니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으며 하는 일이라곤 페인트나 본드를 종이 봉지에 뿌려 들이 마시는 게 전부죠. 툭하면 임신해서 낳은 아이가 벌써 넷인데, 단 한 번도 엄마 노릇을 해본 적 없습니다. 이 정도면 인간 쓰레기라고 해도 심한 표현은 아닐 거예요.
영화는 루스가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시작됩니다. 루스의 미래가 어떤지 뻔히 알고 있는 판사는 루스에게 낙태를 제안하는데, 같은 유치장에 들어간 낙태 반대 시위자들이 루스와 만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루스는 낙태 반대자인 게일과 놈의 집에 들어가고, 점점 낙태 이슈의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말려들게 됩니다.
영화는 Pro-Life와 Pro-Choice (낙태 반대와 찬성은 아주 정확한 역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의 양대 진영 모두를 사정없이 공격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다 캐리커처입니다. 툭하면 찬송가를 불러대는 기독교 신자들이건 달보고 노래를 하는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이건 말이에요. 그들은 대충 닮기도 했습니다. 루스와 직접 마주치는 현장 사람들은 그 열성과 믿음 때문에 희극적이고 뒤에 천천히 등장하는 두목급 사람들은 그 위선과 뻔뻔스러움 때문에 희극적인 식이지요.
그렇다면 낙태에 대한 [시민 루스]의 의견은 무엇일까요? 영화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공격의 대상이니까요. 아니, 영화가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에게 더 공격적이긴 합니다. 솔직히 전 페인이 Pro-Choice에 기울어져 있고 그들에 대한 공격은 순전히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믿음은 이 영화가 하려는 말과 큰 상관이 없어요.
제 의견을 알고 싶으세요? [시민 루스]는 낙태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낙태가 아닌 다른 소재를 대신 집어넣어도 완벽하게 먹힐 거예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낙태라는 구체적인 소재가 아니라 대립되는 믿음을 가진 두 무리의 사람들의 전쟁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질 수 있는가, 그들의 소중한 믿음이 정치적 알력 속에서 어떻게 타락해가는가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하고 감상해야 할 건 드러난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를 바라보는 인간혐오자의 삐딱한 비전인 거죠.
알렉산더 페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보면, [시민 루스]는 아직 과도기적 단계에 있습니다. 이 작품엔 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중산층의 산문적 세계에 대한 냉정한 묘사와 삐딱한 농담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캐리커처만 가득한 이 영화엔 [일렉션]과 [어바웃 슈미트]의 깊이있는 인간 묘사와 통찰력이 아직은 부족해요. 그의 후기작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거의 일회성 농담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민 루스]는 여전히 멋진 데뷔작이고 흥미진진한 연기와 농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루스를 연기한 로라 던의 막나가는 연기는 일품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이 지금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더군요. 던을 둘러싼 다른 배우들의 절묘한 캐스팅도 완벽한데, 페인의 영화들을 보면 볼수록 캐스팅 실력 역시 중요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03/06/02)
DJUNA
기타등등
영화는 신나게 떠들어대고 끝나지만 정작 루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쪽을
택할지 모르겠군요. 이 이슈에서 중도적인 입장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