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애덤 사이먼 Adam Simon

주연
다이안 래드....제인 팁트리 박사
Diane Ladd....Dr. Jane Tiptree
라파엘 스바지....닥 스미스
Raphael Sbarge....'Doc' Smith
제니퍼 러니언....앤 스러쉬
Jennifer Runyon....Ann 'Thrush'
해리슨 페이지....파울러 보안관
Harrison Page....Sheriff Fowler
네드 벨라미....팔론
Ned Bellamy....Fallon
클린트 하워드....슬림 프라이어
Clint Howard....'Slim' Friar
프랭크 노박....제시 팔로마
Frank Novak....Jesse Paloma
에드 윌리엄스....스털링 레이븐 박사
Ed Williams....Dr. Sterling Raven
앤드루 마가리안....스완슨
Andrew Magarian....Swanson
브렌트 힝클리....페러그린
Brent Hinkley....Peregrine
리사 몬큐어....수잔 말라드
Lisa Moncure....Susan Mallard
마이런 사이먼....보겔
Myron Simon....Vogel

Carnosaur

[카르노사우르]는 이상할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영화였습니다. 영화 앞에 딱 버티고 선 로저 코먼의 이름, 보는 사람들이 기가 막힐 정도로 50년대식으로 미친 '미친 과학자,' 공룡, 그리고 전형적인 B급 영화식 새치기. 로저 코먼이 뭐라고 말하건 이 싸구려 B급 영화가 메이저 영화사에서 계획 중인 [쥬라기 공원]의 아이디어를 슬쩍 훔쳐서 먼저 만들어 낸 영화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카르노사우르]도 [쥬라기 공원]처럼 유전 공학으로 탄생한 공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쥬라기 공원]의 배우 로라 던의 어머니 다이앤 래드를 미친 과학자 제인 팁트리(SF 작가 제임스 팁트리한테서 이름을 빌려 왔을까?)역으로 캐스팅한 것도 의도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요? 일단 흉내내기로 작정했다면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먹혔을까요? [카르노사우르]가 과연 코먼의 전성기 영화들 만큼의 재미를 관객들에게 주었나요?

체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인터넷 무비 데이터 베이스에 가 보면 이 영화의 평점은 3.3입니다. 이 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그 정도의 점수를 주었는지는 저 알 바 아니지만, 일반 대중이 이 영화에 그렇게 매료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됩니다. 만약 '재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평론가들보다 관객들의 점수가 낮다면 그건 대단한 실패입니다. 특히 코먼이 만드는 영화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코먼이나 이 영화의 감독인 애덤 사이먼이 어떤 대단한 종류의 철학 적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었음이 분명하니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그렇다면 공룡들은 어떤가요? 물론 [쥬라기 공원]의 기술적인 경이 따위는 시작부터 기대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공룡들은 주로 초보적인 애니매트로닉스를 이용해 아주 저예산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어떤 비평가는 텔레비전 쇼 [Land of the Lost]에나 비할만한 특수 효과라고 말했는데, 그건 [Land of the Lost]에 대한 모독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Land of the Lost]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수준이었어요.

하긴 너무 싸구려여서 오히려 재미있기도 합니다. 호러팬들은 알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잔혹한 장면에서는 싸구려 특수 효과가 세련된 특수 효과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예술적인 졸렬함이 시각적 무자비함과 결합해서 엉뚱한 효과를 내는 거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50년대의 B급 SF 영화들처럼 못 만들어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한 번 이 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하죠. 과연 못 만들어서 재미있는 영화는 무엇일까요? 정말 그게 재미있기는 한 것일까요? 에드 우드가 만든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정말 그런대로 재미있어요.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 영화가 정말로 못 만든 영화라는 걸 몰라도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토마토 공격대]는 어떤가요. 그 영화가 정말로 못 만들어서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내가 보기엔 그냥 재미없는 못 만든 영화입니다. 일부러 못 만들었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습니다. 재미있게 못 만든 영화라면 영화에서 재미가 우러나와야 합니다.

[카르노사우르]에는 그런 재미가 없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Z 무비 팬들이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그 영화의 바보같은 부분들을 찾아내 즐기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공룡 유전자가 6천 5백만년 후의 지리를 기억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떻게 닭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닭처리 공장에서 일할 수 있을까 기타 등등 기타 등등.) 하지만 그런 것들이 드문드문 숨어있는 반면에 영화의 지루함은 영화전체를 통해 뻗어있습니다. 영화가 바보 같고 어리석고 촌스러운 건 무시한다 하더라도 재미없는 것까지는 무시하지 못하겠어요. 고명하신 로저 코먼 영감님의 전통 역시 여기서는 핑계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코먼 영감님도 이런 핑계가 영화를 변호하는 걸 원치 않을 겁니다. 그 양반은 절대로 그런 위선자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카르노사우르]는 일종의 아우라에 싸여 있습니다. 그 증거로 이 영화는 속편이 두 개나 됩니다! 비디오 시장에서 이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시킨 사람들 모두가 순수한 Z 무비 팬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사실 저도 이 사람들을 놀려댈 자격이 없어요. 저 역시 그 바보 같은 영화들을 하나 하나 돈주고 빌려다 봤으니까요.

하여간 이 영화는 일종의 컬트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곧 시리즈 모두가 DVD로 다시 발매될 예정이고 꽤 열정적인 팬들도 있나봐요. 그 중 하나를 만난 적 있는데, 얻은 게 많은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그 양반이 [카르노사우르]의 '비극적' 결말에 대해 과대 포장해대는 걸 듣는 건 고역이었어요. 하지만 그거야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수십년 전에 훨씬 그럴싸하게 해낸 것이 아니냔 말이에요. 투덜투덜... (00/09/30)

DJUNA

기타등등

지금은 3.0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