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베넷 밀러 Bennett Miller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먼....트루먼 카포티
Philip Seymour Hoffman....Truman Capote
캐서린 키너....넬 하퍼 리
Catherine Keener....Nelle Harper Lee
크리프턴 콜린즈 주니어....페리 에드워드 스미스
Clifton Collins Jr.....Perry Edward Smith
크리스 쿠퍼....앨빈 듀이
Chris Cooper....Alvin Dewey
브루스 그린우드....잭 던피
Bruce Greenwood....Jack Dunphy
밥 발라반....윌리엄 숀
Bob Balaban....William Shawn
데이빗 윌슨 반즈....그레이슨
David Wilson Barnes....Grayson
에이미 라이언....마리 듀이
Amy Ryan....Marie Dewey
마크 펠리그리노....리처드 유진 히콕
Mark Pellegrino....Richard Eugene Hickock
앨리 미켈슨....로라 키니
Allie Mickelson....Laura Kinney

카포티와 하퍼 리

[카포티]는 트루먼 카포티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6년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책 [인 콜드 블러드]가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카포티 개인에게도 중요한 사건이고 세계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사건입니다. 현대 논픽션 문학이라는 장르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 자체는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페리 스미스와 리처드 히콕이라는 젊은이들이 캔자스의 홀컴이라는 마을에서 농장 일가족을 몰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됩니다. 살인사건에 대해 들은 트루먼 카포티는 뉴요커 기사를 쓰기 위해 친구 넬 하퍼 리와 함께 캔사스로 내려가고 곧 이 사건을 다룬 논픽션을 구상하게 됩니다. 카포티는 감옥에 간 두 사람과 면담을 통해 책을 쓸 재료를 얻고, 그 덕분에 몇 년 더 목숨을 부지했던 두 범죄자들은 결국 6년 뒤에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카포티의 책 [인 콜드 블러드]와 리처드 브룩스의 동명 영화에서 자세히 다루어졌습니다. 살인사건이나 범죄자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작품들을 보시면 될 거예요.

[카포티]의 차별성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트루먼 카포티라는 개성있는 인물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반대로 이야기한다면 그 사건을 통해 카포티에 접근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어요. 영화는 두 가지 접근법 모두를 커버하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영화는 작가와 모델의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러브 스토리일 수도 있어요. 영화는 카포티에게 이 난처한 입장을 설명하는 다음 대사를 주고 있습니다. "Jack thinks I'm using Perry but he also thinks I fell in love with him when I was in Kansas. Now how both of those things can be true is beyond me." 카포티가 아무리 이해 못하겠다고 불평을 해도 바로 이게 이 영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카포티는 분명 살인범 페리 스미스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도 불구하고 '천재 작가'인 그는 매정하게 페리 스미스를 자신의 '걸작'의 재료로 삼기 위해 이용하지요. [카포티]의 드라마를 특징짓는 건 이 위태로운 관계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패러독스에 있습니다.

이 패러독스들은 트루먼 카포티라는 인물의 초상을 구성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이해심이 풍부하지만 자기 도취에 빠져 있는 냉정한 이기주의자이기도 한 이 남자는 혼자만 있어도 드라마 몇 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입니다. 여기에 영화는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라는 훌륭한 배우를 추가해 한 겹의 레이어를 더 깝니다. 현실 세계에서 재료를 뽑아 그를 모사한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실화를 흉내내는 허구로 재구성되는 거죠.

더글러스 맥그라스가 같은 소재를 다룬 [Infamous]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곧 개봉될 예정이에요. 어쩔 수 없이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겠죠. 맥그라스는 좋은 작가이고 그 쪽 캐스팅이 더 막강하긴 한데, 과연 최종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베넷 밀러의 이 작은 영화를 능가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엔 없겠어요. 그만큼 이 작고 겸손한 영화의 성취도가 높다는 거죠. (06/05/17)

DJUNA

기타등등

영화에서 리처드 애브던을 연기한 배우는 이 영화의 촬영감독인 애덤 키멜입니다.